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시험 감독관 경험이 있는 교사 10명 중 9명은 업무 중 인권 침해를 우려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 침해 상황 발생 시 안전한 보호 장치가 없다고 생각한다는 응답자도 10명 중 8명이나 됐다.
중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달 15일부터 이달 5일까지 전국 중·고등학교 교사 총 4654명을 대상으로 진행해 11일 공개한 ‘수능 종사 업무 고충 사례 조사’에 따르면 ‘감독관으로 근무하면서 인권 침해를 당할 것을 걱정한 적 있나’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9%가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그렇다’는 답변도 19%나 돼 합하면 88%가 인권 침해 발생을 우려했다. 이어 ‘보통’은 6%, ‘아니다’와 ‘매우 아니다’는 4%와 2%다.
본인과 주변에서의 인권 침해 사례가 있었다는 응답자는 81%다. 구체적으로는 이전 교시와 다음 교시 연달아 감독관으로 투입되면서 신체적 고통이 발생했다는 응답자가 있었고, 한 응답자는 ‘2교시부터 4교시까지 계속 투입돼 오전 10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7시간이나 쉬지 못했다’고 주관식 형식으로 답했다. 특히 한 수험생이 자기만 주시해 시험을 잘 치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민원을 제기한 사례도 있었다고 노조는 언급했다. 이 외에 ‘숨소리로 민원을 받은 감독관이 있다’ 등의 사례도 언급됐다.
설문에 응한 교사들은 감독관 차출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주관식 답변에서 ‘경력이 적고 연차가 낮을수록 감독관으로 차출된다’며 건강상 이유로 빠지려면 개인정보가 담길 수 있는 내용까지 증빙서류로 제출해야 한다고 한 응답자는 지적했다. 다른 응답자는 ‘수능 당일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데, 너무 이른 시간이라 어린이집에 다니는 자녀를 돌봐줄 사람이 없었다’며 ‘어린 자녀가 있는 교사는 감독관 제외 사유로 들어가면 좋겠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전체 응답자의 87%는 감독관 업무 수행 중 인권 침해 사례가 발생해도 별다른 보호 장치가 없다고 생각했다. ‘인권 침해를 당했을 때, 안전하게 보호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61%는 ‘매우 아니다’라며 답했고, ‘아니다’라는 응답자도 26%나 됐다. ‘보통’은 9%에 ‘그렇다’와 ‘매우 그렇다’는 각 2%다.
원주현 중등교사 노조위원장은 “강도 높은 업무와 이에 미치지 못하는 낮은 수당과 처우, 최근에는 안전을 보장받지 못하는 위태한 환경까지 더해지면서 중등교사들의 수능 종사자 기피 현상은 점점 심해지고 있다”며 “수능 종사자의 인권 침해와 열악한 감독 환경에 대한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