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단 폭력으로 ‘무법 천지’가 된 카리브해 섬나라 아이티에서 11일(현지시간) 미국 민항기가 상공에서 총격을 받고 이웃 국가로 항로를 긴급 변경했다.
이날 오전 미 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에서 이륙한 스피리트항공 여객기가 목적지인 아이티 포르토프랭스로 접근하던 중 상공에서 총격을 받고 이웃 도미니카공화국으로 항로를 바꿨다고 미 일간 마이애미해럴드 등이 보도했다.
해당 비행기는 산티아고 지역에 착륙했고, 승무원 1명이 부상을 입은 것으로 전해졌다.
포르토프랭스로 향하던 다른 여객기들도 회항했고, 현지 공항(투생 루베르튀르 국제공항)은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누구의 소행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아이티 최대 무장 갱단 리더인 ‘바비큐’ 지미 셰리지에는 전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수도 포르토프랭스 주민들은 집 안에 머무르는 게 좋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시내에서의 무장 활동 수위를 높이겠다는 취지다.
아이티에선 살인, 약탈, 성폭행, 납치, 방화 등 갱단의 중범죄가 이어지며 치안 불안이 고조되고 있다. 이 가운데 행정부 공백 사태를 메우기 위해 활동하던 임시 총리도 취임 5개월 만에 해임됐다. 아이티 대선 준비 등을 목표로 지난 4월 출범한 과도위원회는 기업가이자 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디디에 피세메를 새 총리에 임명했다고 AP통신 등이 전했다.
서반구 최빈국으로 꼽히는 아이티는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이 피살된 이후 주민들이 기본적인 생활을 영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려움에 처해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지난 9월 “아이티 인구 절반에 달하는 540만여명이 기아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국제이주기구(IOM)도 아이티에 70만명 이상의 국내 실향민이 있는 것으로 잠정 집계했다.
이들 중 일부는 미국 이민을 꿈꾸며 현재 지구상에서 가장 극한 오지로 꼽히는 ‘다리엔 갭(Darien Gap’)을 건너고 있다. 다리엔 갭은 각종 독충과 악어, 아나콘다 등이 서식하는 지구상에서 가장 심한 오지로 꼽힌다.
또 인류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점에서 중남미 마약조직과 FARC라고 불리는 콜롬비아 반군이 활개치는 지역이 됐다. 원시림이 보존된 다리엔 갭은 숨어지낼 수 있는 요새이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의 불법 이민을 꿈꾸는 남미 국가 이주민들이 끊임 없이 다리엔 갭을 향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자연의 위협과 함께 성폭력, 인신매매 등 범죄 조직의 폭력에 노출되고 있다. 유엔아동기금(UNICEF)에 따르면 매년 수만명의 아동들도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