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손바닥 안에 들어올 만큼 작은 260g으로 태어난 아기가 198일간의 치료를 끝내고 무사히 퇴원했다.
12일 삼성서울병원에 따르면 지난 4월 22일 260g으로 국내에서 가장 작은 몸무게로 태어난 ‘예랑이’가 지난 5일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했다. 퇴원했을 때 예랑이의 몸무게는 3.19㎏으로 태어날 때보다 10배 넘게 자랐다.
예랑이는 엄마와 아빠가 결혼한 지 3년 만에 찾아온 귀한 생명이었지만 임신 21주차부더 더이상 자라지 않았다. 개인병원을 다니던 예랑이 엄마는 자궁내태아발육지연 및 임신중독증으로 인해 삼성서울병원으로 전원됐다.
예랑이 엄마는 혈압이 점차 치솟고, 복수까지 차오르는 전형적인 전자간증(Pre-eclampsia) 증세를 보였다. 전자간증은 임신 중 발생하는 고혈압성 질환으로 임부와 태아 모두를 위태롭게 하는 대표적인 임신 관련 질환이다.
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오수영 교수, 함수지 임상강사 등 고위험산모팀은 산모 증세를 완화하기 위해 마그네슘을 투여하는 등 예랑이의 안전한 출산을 위해 노력했다. 너무 작은 아기였기에 제왕절개수술을 결정하기까지는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의료진은 임신 25주5일째 예랑이를 세상 밖으로 꺼냈다. 당시 몸무게 260g으로 집도의 함수지 임상강사의 손바닥 크기에 불과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500g 미만의 신생아의 생존율은 36.8%. 예랑이처럼 300g 미만으로 태어나면 생존율은 1%에도 미치지 못할 만큼 희박하다.
예랑이는 생사를 넘나드는 위기를 수차례 겪었다. 출생 직후부터 호흡부전, 패혈성 쇼크로 인해 인공호흡기 치료, 항생제, 승압제, 수혈 등의 고강도의 치료를 받았다.
첫 번째 고비는 생후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았을 때 태변으로 장이 막히면서 시작됐다. 수술을 감당키 어려울 만큼 아직 작았고, 소아외과에서 매일 예랑이를 살폈고, 신생아팀 교수들이 매일 조금씩 태변을 꺼내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
신생아중환자실 양미선 교수는 “신생아중환자실 의료진 모두 예랑이가 첫 변을 본 순간을 잊지 못한다. 예랑이가 반드시 건강한 모습으로 퇴원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이 더욱 강해졌다”고 당시를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후 예랑이는 호흡기를 떼고 자발 호흡을 시작했고 몸무게도 늘기 시작했다. 미숙아에 흔한 망막증도 안과에서 매주 망막검사를 진행하며 관리하자 큰 합병증 없이 무사히 넘어갔다. 재활의학과에서 매일 구강 및 운동 재활치료를 하면서 기운도 활달해져 ‘일원동 호랑이’란 별명까지 붙었다.
신생아중환자실 간호사들은 임신 합병증으로 예랑이 엄마의 모유 유축을 돕고 감염 예방을 위한 환경을 유지했다.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덕에 무사히 예랑이는 지난 11일 건강한 모습으로 첫 외래 진료도 받았다.
삼성서울병원 모아집중치료센터 장윤실 센터장(소아청소년과 교수)은 “예랑이는 앞으로 태어날 모든 저체중 미숙아의 희망이 될 아이”라며 “의학적 한계 너머에서도 생명의 불씨를 살릴 더 많은 기회를 찾기 위해 모두의 관심과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