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노쇼’에 직원 술값 요구도… ‘이사 날’엔 업체가 왕? [뉴스+]

A씨는 2022년 포장이사 업체와 계약을 마치고 계약금 10만원까지 입금했다. 이사 당일 업체가 나타나지 않아 답답한 마음에 전화를 걸었더니 “오늘은 어려우니 다른 날짜에 이사를 하라”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날짜를 바꿀 수 없었던 A씨는 결국 다른 업체를 새로 구해 겨우 이사를 마쳤다. 이후 해당 업체에 배상을 요구했지만, 거절당했다.

 

B씨는 2021년 210만원에 포장이사를 계약했다. 이사 당일이 되자, 업체는 사전 고지가 없었던 사다리차 추가비용 15만원과 작업자 술값 등 기타 비용 5만원을 요구했고 A씨의 가족이 이를 지불했다. 현장에 없었던 A씨는 나중에 이 사실을 듣고 “사전 협의 없이 청구한 금액이니 돌려달라”고 업체에 요구했지만, 돌려받을 수는 없었다.

 

사진=연합뉴스

최근 포장이사 서비스 플랫폼 이용자들이 늘면서 서비스 관련 피해 사례도 늘고 있다. 편리하게 견적 비교를 할 수 있고 비대면으로 계약 체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분쟁해결 기준이 명확하지 않거나 소비자에게 불리한 조항을 두고 있는 플랫폼도 많았다.

 

한국소비자원은 주요 포장이사 서비스 플랫폼 13개 사업자를 조사한 결과, 사업자의 법적 지위를 고지하지 않거나, 이사업체의 정보 제공이 미흡한 사례가 확인됐다고 12일 밝혔다.

 

한 업체는 계약불이행 시 손해배상 대신 시간 변경을 우선으로 하는 조항을 두고 있었다. “파트너의 지각 또는 노쇼로 정해진 서비스 이행이 어려울 경우, 서비스 시간의 변경 통한 서비스 이행 또는 재접수·매칭을 통한 서비스 이행 재시도를 원칙으로 한다”며 사실상 책임을 소비자에게 전가한 것이다.

 

13개 사업자에게 견적 요청을 한 결과, 사업체의 정확한 상세 주소를 제공한 곳은 한 곳도 없었고 사업자등록번호를 제공한 곳도 2곳에 불과했다.

 

13개 사업자 중 8개 사업자는 분쟁해결기준을 별도의 화면으로 고지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gettyimagesbank 제공

소비자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접수된 포장이사 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 상담은 1만949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피해구제 건은 1493건(13.6%)이었다.

 

피해구제 신고 사유는 화물 훼손·파손이 1044건(69.9%)으로 가장 많았고 계약 위반 152건(10.2%)과 분실 101건(6.8%), 부당요금 53건(3.5%)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소비자원이 플랫폼을 통해 포장이사 서비스를 이용해본 소비자 600명을 설문 조사했더니, 33.5%는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 가운데 손해배상을 받았다는 답변은 18.9%에 그쳤다.

 

배상을 받지 못한 이유로는 응답자의 51.5%가 ‘배상 절차가 까다롭고 불편해서’라고 답했다. 이사업체가 배상을 거부했다는 답변도 15.3%로 집계됐다. 

 

소비자원은 이번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플랫폼 사업자에게 신원정보 및 법적지위 고지 등 표시사항 개선과 견적 요청 시 포장이사업체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구체적인 분쟁해결 기준 마련 등을 권고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