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남성들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는 것처럼 가스라이팅(심리적 지배)을 일삼으며 금품을 뜯어내고, 마구 학대해 숨지거나 다치게 한 혐의로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30대 남성의 항소심 첫 재판이 광주에서 열렸다.
광주고법 제2형사부(고법판사 이의영·김정민·남요섭)는 12일 201호 법정에서 강도살인·강도상해·특수중감금 등 혐의로 구속 기소돼 1심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이모(32)씨의 항소심 첫 재판을 열었다.
이씨는 지난해 7월 29일 전남 여수시 자동차전용도로 졸음쉼터에 주차된 차량에서 30대 피해자 A씨와 B씨에게 서로를 때리도록 지시해 숨지게 하거나 중상을 입힌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한 이씨는 이들에게 허위 채권 변제를 독촉하고 지속적으로 가스라이팅을 일삼으며 자신이 정한 생활 규칙 위반에 따른 벌금, 각종 심판비 등 명목으로 4년 9개월에 걸쳐 합계 2억9000만원을 뺏은 혐의도 받는다.
이씨는 B씨의 모친으로부터 B씨 관련 민사소송 등 각종 법률 문제를 해결해주겠다며 6억30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도 받고 있다.
앞서 이씨는 자신의 심리적 지배 하에 놓인 A·B씨에 대해 지난해 6월 말께부터 자신의 차량에서만 생활하게 하도록 시키고, 이들을 킥보드 손잡이, 벽돌 등으로 폭행하고 서로 때리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이들의 임금도 가로챈 것도 모자라 A씨의 허벅지에 난 상처를 제때 치료하지 않아 숨지게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항소심에서 검사는 "1심은 일부 범행에 대해 증거 부족을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며 "사실 오인이 있다. 1심이 기각한 전자장치 부착 명령 청구도 받아들여 달라"며 항소 취지를 밝혔다.
반면 이씨 측 법률대리인은 사기 등 일부 혐의에 대해 다투겠다며 사실 오인·법리 오해·양형 부당을 들어 항소했다. 그러면서 추가 증인 신문과 사실 조회를 요청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씨 측의 증인 신청 취지 등을 서면 검토하는 한편 12월3일 오후 다음 재판을 열기로 했다.
1심 재판부는 이씨에 대해 "얄팍한 법률 지식을 내세워 자신을 신뢰하게 한 다음, 실체 없는 분쟁과 비용 부담 등 명목으로 피해자들을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착취했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어 "급기야 차 안에서 폭행하거나 위험한 흉기로 서로 허벅지를 내려 찍게 하는 등 피해자들을 노예처럼 부려 숨지거나 크게 다치게 했다"라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