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의 성기훈(이정재)은 3년 전 공항에서 빨간 머리를 하고 돌아 나왔다. “너희들이 누군지, 왜 이런 일을 하는지” 궁금하다는 비장한 말과 함께.
성기훈이 12월26일 공개되는 시즌2에서 다시 목숨을 걸고 ‘오징어 게임’ 속으로 들어간다. 그간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리즈의 후속작들이 신통치 않은 성과를 낸 터라, ‘오징어 게임’이 전작의 명성을 이어갈지 주목된다.
시즌2 후반 작업이 한창이던 올해 8월 서울 종로구 한 호텔에서 언론간담회를 가진 황동혁 감독은 “기대치들이 너무 높기 때문에 이를 뛰어넘는 작품을 만들어야 된다는 부담감이 심했다”며 “하지만 제 인생에서 ‘오징어 게임’ 시즌2에 제일 많은 노력을 쏟은 것 같고, 그 결과물이 충분히 스크린에 보인다”고 말했다. 시즌2에 출연하는 배우 이정재와 이병헌도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상상 이상이다, (황 감독은) 천재적인 이야기꾼이구나 느꼈다”며 기대감을 높였다. 언론간담회는 13일 보도를 조건으로 석 달 앞서 진행됐다.
이번 시즌은 7개 에피소드로 이뤄졌다. ‘오징어 게임’의 각본·연출을 맡은 황 감독은 “가장 달라진 지점은 어리숙한 캐릭터였던 성기훈이 이 게임을 끝내고 복수하기 위해 게임의 주최자들을 찾고 게임 속으로 뛰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매 게임마다 참가자들이 ‘OX’ 투표로 게임을 계속할지 결정하는 것도 차별점이다. 황 감독은 “세계가 종교·이념·배경·성별·인종으로 인해 분열과 갈등·증오가 격화되고 있다”며 “편 가르기, 선 긋기, 서로 그르다고 규정짓기, 공격하기 등 갈등에 대해 묘사해 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에는 배우 임시완·강하늘·박규영·이진욱 등 새 얼굴이 대거 등장한다. 참가자들의 면면은 다소 젊어졌다. 황 감독은 “예전에는 나이가 꽤 있어야 빚을 지고 희망이 사라져 ‘오징어 게임’에 참여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며 “지금은 가상화폐·인터넷 도박·전세사기·피싱 등이 활개를 치면서 애석하게도 20·30대 젊은 친구들도 ‘오징어 게임’에 참가할 수 있는 상태가 됐다”고 말했다.
그가 이번 시즌에서 하고 싶었던 질문은 ‘과연 이 나빠지고 있는 세상을 우리가 뒤바꿀 힘이 있는가, 희망이 있는가’이다. 황 감독은 “시즌1이 나온 이후로 3년이 지났는데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생각은 별로 안 든다”며 “기후위기와 빈곤·양극화는 더 심해지고 갈등과 전쟁은 훨씬 격화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5, 6살 아이들이 의대 입시반에 가고 촬영장이 있던 도시의 학원가에서 아이들이 밤 10, 11시에 파김치가 돼 귀가하는 걸 보면서 ‘이렇게 산 아이들이 어른이 됐을 때 좋은 나라가 될 수 있을까, 미래가 있을까’ 많이 생각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아이들이 자유롭게 꿈꾸고, 의대에 못 가도 낙오자가 아니라 너는 충분히 가치 있는 존재로서 네 역할을 하고 살 수 있다고 배우며 자라야 하지 않을까. 그런 세상을 만들지 못하면 계속 끊임없는 ‘오징어 게임’이 아닐까. 이 작품을 보고 우리가 좀 더 그런 생각을 해보길 바랐다.”
‘오징어 게임’은 이런 무거운 메시지를 흥미진진한 게임에 녹여 인기를 끌었다. 시즌2에서도 어릴 때 한 번쯤 했을 법하고 간단하며 벌칙이 쉽게 이해되는 게임들을 골랐다.
시즌2에 참여한 배우들은 작품의 재미를 장담했다. 이정재는 “감독님께서 인물들 간 관계성을 더 깊이 있게, 갈등 구조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기훈이 게임 안에서 새로 만나는 인물, 기존에 알던 인물들과 맺는 관계가 상상 이상이었다”며 “처음 대본을 읽을 때 ‘아니, 이렇게 진행된다고? 와, 이런 만남이 있다고? 어떻게 이렇게 헤어질 수 있지’ 하며 인물들 간의 설정과 감정에 놀랐다”고 말했다.
게임 설계자인 ‘프론트맨’을 연기한 배우 이병헌도 “개인적으로 시즌2 대본을 더 재밌게 읽었다”고 했다. 이병헌은 “‘이렇게 재미있는 대본이 또 있을까’ 했는데 감독님께서 현장에서 아주 작은 부분들을 계속 바꿨고 훨씬 더 좋아졌다”며 “‘이분은 정말 천재적인 이야기꾼이구나’ 생각했다”고 전했다.
황 감독은 ‘오징어 게임’을 시즌3으로 마무리지을 계획이다. 시즌2와 함께 촬영해둔 시즌3은 내년에 공개된다. 황 감독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했다”며 “스핀오프처럼 파생되는 이야기들은 한다 해도 바로 이어서 하진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