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이역만리에서 겪은 자전적 체험 소설인 ‘압록강은 흐른다’의 저자이자 필명 ‘이미륵’으로 알려진 독립유공자 이의경 지사의 유해가 고국으로 돌아온다. 그가 1919년 압록강을 건너 조국을 떠난 지 105년 만이다.
국가보훈부는 독일에 안장된 이 지사의 유해가 16일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한다고 12일 밝혔다. 이 지사의 유해가 공항에 도착하면 입국장에서 유해 봉환식을 거행한 후 순국선열의 날인 17일 국립대전현충원에서 안장된다. 봉환식에서는 그의 소설 ‘압록강은 흐른다’의 내용 중 일부를 독일 출신 방송인 다니엘 린데만이 낭독할 예정이다.
1899년 황해도 해주 출생의 이 지사는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만세운동에 참여했다. 같은 해 5월 독립외교 활동을 위해 대한민국청년외교단이 결성되자 편집부장으로 활동했다. 그는 당시 ‘경술국치 경고문’ 등의 선전물을 인쇄했다는 이유로 일제의 수배를 받았고 이를 피해 중국 상하이로 망명해 임시정부의 일을 도왔다.
1920년 프랑스를 거쳐 독일로 간 이 지사는 1927년 독일 뮌헨대학 재학 중 벨기에에서 개최된 ‘세계피압박민족결의대회’에 한국대표단으로 참가해 ‘한국의 문제’라는 소책자의 초안을 작성하고 결의문을 독일어 등으로 번역하는 등 독립활동을 이어갔다.
이 지사는 독일인들이 사랑하는 작가이기도 하다. 1946년 발표한 ‘압록강이 흐른다’는 유년 시절부터 독일 유학에 이르기까지의 체험을 회상 형식으로 서술하는 등 조선 후기부터 식민지 시대에 이르는 역사적 변혁기를 배경으로 집필해 최우수 독문 소설로 선정된 바 있고 독일 교과서에도 수록됐다. 이 지사는 1950년 3월 20일 위암으로 생을 달리했고, 독일 바이에른주 그래펠핑 신묘지에 안장됐다.
보훈부는 이 지사 유해봉환을 위해 이날 독일 현지로 정부대표단을 파견했다. 독일에서는 14일 이 지사의 유해가 안장된 묘지 내 장례식장에서 그래펠핑시장, 주프랑크푸르트총영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식이 개최될 예정이다. 15일에는 이 지사 동판 앞에서 이미륵기념사업회 회원과 교민 등이 참석한 가운데 유해 전송식이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