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대북·대중 강경파’ 포진… 국무 루비오·안보보좌관 왈츠 유력 [트럼프 2기 시대]

루비오, 북핵 한·미 공조 강조
왈츠는 북·러 밀착 강경 비판
언론 “확실한 예스맨들” 평가

‘지한파’ 루비오, 상원 외교위 활동
北·美 정상외교에 전폭 지지 표명
왈츠, 영관급 장교 출신 파격 인선
“대북·대러 제재수위 높여야” 주장

부비서실장 밀러 前 보좌관 낙점
국토안보장관에 놈 주지사 지명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2기 첫 국무장관에 마코 루비오(53) 플로리다 상원의원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에는 마이클 왈츠(50) 플로리다 하원의원에게 제안이 간 것으로 전해졌다. 두 사람 모두 북한과 중국에 대한 강경파로 꼽힌다. 루비오 의원은 북핵 문제에서 한·미 공조의 중요성을 여러 차례 강조하고, 한·미 동맹의 중요성도 역설해와 ‘지한파’로 꼽힌다. 이들은 트럼프 당선인의 외교안보 노선에 적극적으로 찬동하는 ‘예스맨’들이라는 것이 현지 언론의 평가다.

 

뉴욕타임스(NYT)는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의중을 잘 아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그가 국무장관을 루비오 의원에게 맡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루비오 의원은 상원 외교위 동아시아태평양 소위원회 간사 등으로 활동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당선인이 왈츠 의원에게 국가안보보좌관직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육군과 육군 주방위군에서 27년을 복무했으며, 2019년 연방 하원의원이 된 이후엔 군사위원회와 외교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장성급이 아닌 영관급 장교 출신이 국가안보보좌관이 된 것은 이례적이다. 트럼프 2기의 외교·안보라인 수장을 맡게 된 두 사람의 공통점 중 하나는 북한과 중국에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다는 점이다.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 루비오 의원은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에 단호한 목소리를 내왔다. 2016년 대선을 앞두고 공화당 대선 후보 경선에 참여한 그는 2015년 9월 대선 후보 경선 TV 토론에 참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관련해 “수십 개의 핵무기와 지금 우리가 서 있는 바로 이곳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로켓을 가진 미치광이가 북한에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2016년 이후 트럼프 당선인에 대한 지지를 확고히 하면서 ‘충성파’로 분류된 이후에는 미국 우선주의 쪽으로 기운 것으로 보이지만, 동맹 중시 사고를 꾸준히 보여준 바 있다. 2015년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엔 트럼프 당선인의 동맹 경시 기조에 대해 “세계 경제규모 9위면서 원조 공여국이자 미국을 지지하는 한국과 또 다른 성공 스토리인 일본이 없었다면 오늘의 미국 경제성장도 없었을 것”이라며 “한국은 8억달러의 (주한미군) 방위비를 분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핵 저지를 위해 한·미 간 공조가 필요하다는 점도 여러 번 강조했다. 2014년 1월 방한해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한 그는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북한과 대화하는 데 남한과 긴밀한 공조를 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루비오 의원은 같은 해 12월 방미한 류길재 당시 통일부 장관을 만나서는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역할은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 관계 개선과 통일 여건 조성 노력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안보·경제적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북·미 정상 외교에는 전폭적 지지를 보냈다. 그는 2018년 6월 트위터를 통해 트럼프 당선인과 김 위원장의 정상외교가 성급하다고 지적하는 외교전문가들을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북한이 비핵화하는 것을 보고 싶지만, 아주 낙관적이지는 않다”며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 자체에는 회의론을 보였다.

마이클 왈츠 플로리다 하원의원. AFP연합뉴스

2019년 연방 하원의원이 된 왈츠 의원은 한국과의 인연이 상대적으로 적다. 다만 왈츠 의원은 하원 외교위 활동을 하며 북한의 러시아 무기 지원이 불거지자 북한에 더 강경하게 대응할 것을 주장해왔다. 그는 지난 6월20일 CNN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는 북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것(무기)의 선적을 차단할 수 있다”고 답했다.

 

왈츠 의원은 또 김 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정상회담에서 포괄적전략동반자 관계를 수립하는 조약을 맺고 군사 협력을 강화하자 조 바이든 행정부가 이에 맞서 대북 및 대러 제재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4월 하원 외교위의 방한 일정에서는 한국 DMZ를 방문해 “북한과 그 후원자들로부터의 위협은 단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동아시아의 문제”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왈츠 의원은 군복무 시절 아프가니스탄, 중동, 아프리카 등에 배치돼 전투에서 세운 공으로 4개의 청동성장(Bronze Star)을 받았으며, 백악관과 국방부에서 정책보좌관으로도 활동했다.

 

루비오 의원은 상원 내 대표적인 대중국 매파 의원이다. 2019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정부에 틱톡의 모기업인 중국 바이트댄스가 미국 소셜미디어 앱 ‘뮤지컬.리’(Musical.ly)를 인수한 것에 대해 국가안보 위험을 검토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2020년에는 중국을 겨냥해 위구르 강제노동 방지법을 공동 발의했다. 왈츠 의원은 하원의 중국특위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 핵심 광물에 대한 중국 의존을 줄이고 미국 대학과 학계를 중국의 간첩 활동에서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발의했다. 그는 2021년 한 행사에서 “우리는 중국공산당과 냉전 중”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루비오 의원의 입장과 관련해 NYT는 “루비오 의원은 과거 러시아에 대해 강경한 입장이었으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 합의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밖에 남을 방법을 찾도록 압력을 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트럼프 당선인의 계획에 동의할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그는 가자지구 전쟁에서 민간인 사망과 관련해 “하마스가 100% 책임이 있다”고 말하는 등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지 의사를 밝혀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왼쪽)과 마코 루비오 플로리다 상원의원. AP연합뉴스

CNN은 이날 트럼프 당선인이 정책 담당 백악관 부비서실장에는 스티븐 밀러(39) 전 백악관 선임보좌관 겸 연설담당관을 임명할 예정이라고 소식통 2명을 인용해 보도했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강경한 국경 이민 정책을 주도한 그는 트럼프 당선인의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공약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리 젤딘(44) 전 뉴욕 하원의원을 환경보호청(EPA)장에 임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젤딘 전 의원은 바이든 행정부의 환경정책을 뒤집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또 차기 국토안보부 장관으로 크리스티 놈 사우스다코타 주지사를 지명했다고 CNN이 두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놈 주지사는 부통령 후보군으로 거론되던 친트럼프 인사이며 전날 ‘국경 차르’로 내정된 톰 호먼 전 이민세관단속국(ICE) 국장과 함께 트럼프 당선인의 이민 정책을 책임지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