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중학생들의 컴퓨터 사용 능력이 세계 1위 수준이라는 국제 비교 연구 결과가 나왔다. 다만 컴퓨터를 써서 과제를 푸는 자신감을 조사한 설문 조사에서는 조사 대상국 중 최하위권이었다.
방과 후에도 디지털 기기를 부모 제약 없이 쓴다고 밝힌 학생 비율도 조사 대상국 중 상위권이었던 반면, 수업 중 정보통신기술(ICT) 활용도에 대해선 평균보다 낮았다.
12일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평가원)에 따르면 네덜란드에 있는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는 이날 오전 10시(현지시간) '국제 컴퓨터·정보 소양 연구(ICILS) 2023' 결과를 발표했다.
ICILS는 5년마다 중학교 2학년 학생들의 컴퓨터 사용 능력과 사고력 등을 평가하는 국제 비교 연구다. 이번 조사에는 34개국의 5299개교 13만2998명이 참여했다. 한국은 지난해 10~11월 중학교 152곳의 2학년 학생 3723명 등이 참가했다.
조사 결과 한국 중학생들은 '컴퓨터·정보 소양'에서 평균 540점을 얻어 비교 대상 32개국 중 1위였다. 평균(476점)보다 64점, 2위 체코(525점)보다 15점 높았다.
적절한 파일을 찾아 열 수 있는지, 소프트웨어 사용법을 알려줬을 때 발표 자료를 만들 수 있는지 등 컴퓨터를 사용해 조사, 자료 생성, 소통하는 능력을 평가한 결과다.
한국은 '컴퓨팅 사고력' 영역에서는 평균 537점을 보여 22개국 중 2위를 기록했다. 1위 대만(548점)보다 11점 낮았고 국제 평균(483점)보다 54점 높았다.
컴퓨팅 사고력은 실생활에서 컴퓨터로 처리할 수 있는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알고리즘 방식으로 만들어 컴퓨터에서 작동 시킬 수 있는지 평가한 결과다.
한국 중학생들은 4단계 성취 수준 가운데 가장 높은 4수준 비율이 조사 참여국 가운데 가장 높았다. 컴퓨터·정보 소양과 컴퓨팅 사고력에서 각각 6%, 15%를 보였다.
최하 1수준 이하 비율은 컴퓨터·정보 소양에서 27%로 참여국 중 가장 낮았다. 컴퓨팅 사고력에서는 21%를 보여 대만(16%), 체코(17%)에 이어 세 번째로 적었다.
이처럼 높은 성취도를 거둔 반면 컴퓨터 응용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데 대한 자신감은 세계 최하위권 수준이었다.
ICT 기술을 활용해 과제를 수행하는 데 대한 자신감 정도를 묻는 '자아효능감'은 한국이 47.2점으로 31개국 중 30위였다. 설문 결과 평균을 50.0점으로 두고 척도점수를 낸 결과다.
조사 대상국 중 꼴찌는 46.5점을 받은 아제르바이잔이고, 1위는 54.8점을 기록한 크로아티아였다.
한국 중학생들은 창작·예술, 정보를 제외하고 국어, 영어(제2외국어), 수학 등 주요 교과에서는 수업 중에 디지털 기기 등 ICT를 쓴다고 답한 비율이 국제 평균보다 낮았다.
창작·예술과 정보는 국제 평균보다 각각 4%포인트(p), 6%p 높았다. 반면 사회(-15%p), 국어(-13%p), 과학(-11%p), 영어 또는 제2외국어(-8%p), 수학(-7%p) 등은 평균 응답률보다 수업 활용도가 낮다고 받아들여졌다.
또 한국 중학생들은 방과 후에 디지털 기기를 다른 국가와 비교해 보다 제한 없이 쓰는 편인 것으로 조사됐다.
'보호자가 학교에 있지 않을 때 컴퓨터, 태블릿 기기, 스마트폰, TV 등의 사용 시간을 제한하지 않는다'고 답한 한국 학생 비율은 평일과 주말 각각 69%, 78%였다.
평일은 29개국 중 덴마크(75%), 핀란드·스웨덴(각각 74%), 라트비아(72%)에 이어 5번째로 높은 수치다. 주말은 스웨덴(83%), 핀란드(82%), 오스트리아·헝가리(81%), 라트비아(80%), 덴마크(79%)에 이어 7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