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흥 대한체육회장 연임 승인 여부 등의 안건을 다루는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 전체 회의가 열린 12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회관. 회의 시작을 앞두고 대한체육회 노동조합 소속 노조원 40여명은 공정한 심사를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들은 내년 1월로 예정된 제42대 대한체육회장 선거 불출마를 요구하며 목소리를 높였다.
현행 대한체육회 정관상 체육회장을 포함한 임원은 임기를 한 차례 연임할 수 있고, 3선을 위해선 스포츠공정위의 심의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스포츠공정위는 지난 4일 소위원회를 열어 사전 심의를 했고 1차 심사 내용을 토대로 이날 전체 회의에서 결국 이 회장의 3번째 임기 도전 신청을 승인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이 회장의 비위 혐의에 대해 수사 의뢰했고 전날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회장에 대해 직무 정지를 통보했지만, 스포츠공정위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 회장의 3연임 도전 신청을 승인했다. 위원들은 공정위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평가지표에 따라 ‘기계적으로’ 점수를 매겨 연임 승인 여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공정위는 이번 결정으로 이 회장을 위한 ‘거수기’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2019년부터 스포츠공정위를 이끌어온 김병철 위원장은 2017년부터 2년간 이 회장의 특별보좌역을 맡았다. 다른 위원들 전원도 이 회장 재임 때 임명된 인사들이다.
이 회장도 비난 여론은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다. 이날 오전 서울행정법원에 직무 정지 처분에 대한 가처분 신청을 냈다. 스포츠공정위의 결정으로 이 회장의 3선은 유력해졌다. 두 번의 임기 동안 워낙 씨앗을 많이 뿌려놓아 체육계에서는 이 회장이 출마만 할 수 있다면 당선은 유력하다는 분석이다.
문체부는 스포츠공정위 승인에 즉각 반발했다. 문체부는 “스포츠공정위 구성과 운영의 불공정성에 대한 지적을 수용하지 않고, 심의를 강행하여 그 결과를 도출한 것에 대해 심히 유감을 표한다”며 “이번 스포츠공정위 심사 기준은 임원의 이사회 출석률, 임원의 징계 이력 및 범죄사실 여부, 임원의 포상 경력, 임원의 대체 불가 정도 등 심사 지표의 약 70%가 정관과 무관하거나 관련성이 거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체육회에 더는 공정성과 자정 능력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우선 체육단체 임원의 연임 심의를 별도 기구에 맡기고, 체육단체 임원의 징계관할권을 상향하는 방향으로 제도적 개선을 추진하겠다. 불공정한 대한체육회에 상응하는 조치도 취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