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주요 증시가 붉게 물들었지만 한국 증시는 파랗게 질려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 국내 증시는 이제 가망이 없다며 서둘러 손절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세계 주요 증시가 ‘트럼프 랠리’를 이어가고 있지만 한국 증시는 나 홀로 하락을 이어가고 있다.
코스피지수는 지난 12일 전 거래일보다 49.09포인트(1.94%) 내린 2482.57에 장을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18.32포인트(2.51%) 하락한 710.52에 거래를 마무리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관세 폭탄을 예고하며 연일 정조준하고 있는 중국 상해종합지수보다 더 큰 하락 폭이다. 상해종합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보다 1.39% 내린 3421.97로 장을 마쳤다. 일본 닛케이 255지수는 0.40%, 대만가권지수는 2.33% 하락했다.
미국 대선 후 글로벌 주요 증시의 움직임을 비교하면 코스피의 탈동조화(디커플링) 현상은 더욱 확연하다. 미국 다우지수는 미 대선 당일인 지난 5일(현지시간) 종가 42221.88에서 지난 11일 44293.13으로 4.9% 상승했다. S&P500도 같은 기간 3.8% 올랐다. 독일 닥스30은 1.0%, 프랑스 CAC40은 0.3% 각각 올랐다.
아시아 증시 역시 코스피를 제외하면 대부분 상승했다. 일본 닛케이 255가 5일 이후 12일까지 2.3% 올랐고, 중국 상해종합지수 역시 1.03% 상승세를 나타냈다. 코스피는 같은 기간 3.66% 하락세를 보였다. 대만 가권지수도 하락했지만 하락 폭이 0.5%에 그쳤다.
금융투자업계는 트럼프 당선인의 고율 관세 정책에 대한 우려, 기업 실적 부진 심화, 반도체 업황 우려 등 세 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국내 증시를 짓누르고 있다고 분석한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중국에 대한 관세를 인상하겠다고 약속한 가운데 한국, 대만 등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국과 대만, 베트남은 미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내고 있는데, 트럼프는 미국의 무역 적자를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기에 결국 다른 아시아 국가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를 촉발할 위험이 있다는 설명이다.
국장에 실망한 개인 투자자들이 미국시장과 가산자산 시장으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도 코스피 수급 분산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지난 8월5일 59조원을 넘어섰던 투자자 예탁금은 이달 들어 49조~51조원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반면 미국주식 보관금액은 지난 7일 사상 최초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고, 가상자산 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의 최근 24시간 총 거래대금은 21조원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