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러시아 쿠르스크로 파견된 북한군의 전투 참여를 공식화했지만, 한국 정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방부와 외교부는 13일 북한군의 전투 참여 여부에 대해 "실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군 소식통은 "북한군의 전투 참여가 아직 단정할 수준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이런 반응은 베단트 파텔 미 국무부 부대변인이 12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쿠르스크로 이동한 북한군이 "러시아군과 함께 전투 작전에 관여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고 한 것과 비교하면 한결 신중하다.
이와 관련,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한 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우크라이나전의 빠른 종식을 외쳐온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입성이 머지않은 상황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무기를 지원하며 개입 수위를 높이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고민이 반영됐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 '한국의 무기 지원'은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계속 끌고 가게 하는 방편이라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볼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 보니 정부는 트럼프 당선인 측 의중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정부는 지난달 22일만 해도 "북한의 전투 병력 파병에 따른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적 대응 조치를 실행해 나갈 것"(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이라며 북한 병력이 실제 전투에 참여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본격적으로 검토되리라는 점을 시사했다.
그러나 이날 외교부 당국자는 "러북 군사협력의 진전 추이에 따라 단계별로 국제사회와 함께 필요한 조치를 취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국제사회와 함께'라는 표현이 추가된 것으로, 미국 등과 협의하에 무기지원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도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에 대해 "(미 행정부) 출범 과정에서 한미 간 정책 조율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4∼21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와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계기에 트럼프 당선인과 회동을 추진하는 상황도 정부의 신중한 태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 북한군의 전투 참여가 본격화하고 루스템 우메로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의 특사 방문이 이뤄지면 구체적 지원 방안이 논의될 가능성이 있다. 양측은 현재 일정을 물밑 조율 중이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한국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이 '러시아 압박 카드'로서 트럼프 당선인에게 유리한 카드로 여겨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부 당국자는 "정부는 북한군의 즉각적인 철수를 촉구한다"면서 "현재와 같은 북한과 러시아의 군사적 야합이 지속될 경우 이를 좌시하지 않고 국제사회와 함께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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