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타워] 정보 홍수에 빠진 러·우크라 전쟁

北 파병 후 인지전 활발… 정확한 정보 제공 필요

요즘 스마트폰으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실행하는 일이 훨씬 늘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돕기 위해 북한이 군대를 파병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다. SNS를 살펴보면 수많은 글과 사진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우크라이나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전하는 글과 사진, 동영상이 줄줄이 이어진다. 세계 각국 싱크탱크의 분석 자료까지 더해지면, 눈에 들어오는 정보는 충분한 수준을 넘어서서 과잉 단계까지 넘어간다. 정보가 너무나 많다 보니 어떤 것이 사실인지 거짓인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1차 세계대전 스타일의 참호전부터 4차산업혁명 기술이 적용된 첨단 전쟁까지 100여년간에 걸친 전쟁 형태가 모두 등장할 정도로 매우 복잡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보의 과잉에 따른 인식 혼란은 북한군 동향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실체를 명확히 인식하는 것을 방해한다.

박수찬 외교안보부 차장

온라인에 등장하는 정보들을 살펴보면, 북한이 러시아에 전투기 조종사를 파견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크라이나군 F-16 전투기가 러시아군 Su-34 전폭기를 격추했다는 말도 있다. 러시아 연해주에 있는 군사훈련장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에 쓰였던 T-34 전차가 러시아군 훈련 장비로 활용되고 있다면서 영상이나 사진을 게시한 사례도 있다. 북한군 신분증이라는 사진이 나타나기도 한다. 사실 여부를 판단하기가 쉽지 않은 것들이다. 믿을 만한 정보가 더 많았던 전쟁 초기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전쟁이 길어지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양측은 온라인을 통한 인지전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고, 선전선동 목적을 지닌 정보들이 끊임없이 올라오고 있다. 이를 검증이나 의심 없이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정보의 진위 파악이 어려워지는 모양새다. 북한군 파병으로 열세에 놓인 우크라이나는 서방의 추가 지원을 끌어내고 국내의 불안심리를 잠재우려는 목적을, 북한의 도움을 받게 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와 서방에 두려움을 심어주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인터넷과 SNS, 인공지능(AI) 기술 등이 개인과 집단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이용하는 정보·심리작전을 진행해서 대중과 개인의 인지 영역을 건드리면, 대중의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사람들은 검증이나 진실에 다가서려는 노력하는 모습보다는 자신이 접한 것이 사실이라고 단정할 위험이 있다. 북한군 파병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우리 눈앞에 한층 가까이 다가온 상황에서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이 같은 문제점을 다소나마 해결하려면 정부 차원의 움직임이 필요하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방문하고 돌아온 정부 대표단이 현지 사정을 대외에 설명하는 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전황 분석단을 파견해 전쟁의 정확한 상황과 북한군 전투력을 확인하고 국민에게 알리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정보에 대한 검증과 신중함.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이 눈앞에 다가오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향후 전개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한 상황에서 우리가 명심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