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개편에 손보업계 ‘초긴장’

해지율 높게 설정 ‘수익 부풀리기’ 논란
‘2024년 상반기 누적 보험판매 비중’ 롯데 1위
당국 원칙모형 적용땐 실적 충격 불 보듯

금융당국이 최근 내놓은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개편안에 업계의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당국이 지난해 도입된 새 회계기준(IFRS17)으로 촉발된 ‘실적 부풀리기’ 논란을 막기 위해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셈인데,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손해보험업계에선 순이익 등 실적 충격과 함께 보험료 상승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다.

 

13일 손보업계에 따르면 전체 인(人)보험 시장에서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월납 초회보험료 기준)은 지난 3분기 기준 62.2%로 집계됐다. 작년 1분기만 해도 33.2%에 그쳤었다.

사진=뉴시스

무·저해지 보험은 가입 초에 해지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매우 낮게 책정된 대신, 보장 혜택이 상대적으로 크거나 보험료가 일반 상품보다 10∼40% 싸다.

 

그간 손보사들은 무·저해지 상품과 관련해 해지가 많을 것이라는 가정 아래 미래의 예상수익인 보험계약마진(CSM)을 부풀렸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국내 11개 손보사 가운데 전체 보장성 원수 보험료 중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이 가장 높은 곳은 롯데손해보험이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누적 기준 롯데손보의 무·저해지 보험 판매 비중은 36.14%였다. 이어 하나손해보험(36.03%), MG손해보험(29.83%), 삼성화재(20.77%), 흥국화재(20.46%), DB손해보험(18.7%) 순이다.

 

몇몇 손보사는 그간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 가정과 관련해서도 현실과 동떨어지게 높은 수준을 책정해 왔다는 의혹을 산다. 계약 해지가 많아 미래에 나갈 보험금 지급액이 매우 적을 것이라고 봤다는 의미다.

 

금융당국은 지난 4일 ‘4차 보험개혁회의’를 열고 연말 결산부터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산출 시 완납 시점 해지율이 0%에 수렴하는 로그·선형모형을 원칙적으로 적용하기로 했다. 다만 보험사의 특별한 사정에 따라 엄격한 요건을 충족하면 다른 모형을 적용할 수 있도록 예외를 뒀다. 당국이 원칙으로 정한 로그·선형모형을 적용하면 해지를 낮게 잡기 때문에 보험사의 CSM과 자본건전성이 크게 하락한다. 이에 손보사는 관련 보험료를 올려 대처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