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고영표...’
한국 야구대표팀의 에이스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고영표(KT)가 홈런포 두 방에 무너졌다. 에이스의 부진에 한국은 프리미어12 첫 경기를 패하며 조 2위까지 주어지는 슈퍼라운드 진출에 먹구름이 끼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3일 대만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024 B조 조별리그 대만과의 첫 경기에서 선발 고영표가 2이닝 6실점으로 조기 강판한 여파를 이겨내지 못하고 3-6으로 패했다.
류 감독은 대만전 선발을 두고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가 일품인 우완 곽빈과 직구 최고구속은 130km 중후반대에 불과하지만, KBO리그 최고의 마무로 꼽히는 체인지업과 칼날 제구력이 돋보이는 사이드암 고영표를 놓고 고민했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고영표였다. 류 감독은 “대만 타자들의 스윙이 밑으로 던지면 잘 못 칠 것 같다는 전력분석이 있었다. 코치진 생각도 그렇다”며 고영표를 선발로 내세운 이유를 밝혔다.
고영표는 처음 10승 투수가 된 2021년부터 올해까지 4시즌 동안 퀄리티 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 72회로 리그 1위에 오를 만큼 안정성에선 최고 수준을 자랑했다. 여기에 2020 도쿄 올림픽과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도 선발 등판하며 국제경험도 풍부해 첫 경기인 대만전과 마지막 경기인 18일 호주전까지 2경기를 책임져줄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고영표는 연이은 장타 허용으로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1회는 삼자범퇴로 무사히 넘겼지만, 2회에 무너졌다. 선두타자 주위셴을 내야 땅볼로 처리한 고영표는 반제가이에서 2루수 방면 내야안타를 내주긴 했지만, 린자정을 삼진으로 처리해 2아웃을 잡아내며 이닝을 쉽게 마치는 듯 했다. 그러나 리카이웨이에게 우전 안타를 맞고, 장군위까지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에 놓였다.
대표팀 코치진은 1번 타자 전전웨이와의 승부를 앞둔 고영표에게 숨돌릴 시간을 주고자 마운드를 찾았다. 흐름을 끊은 듯 했지만, 고영표가 던진 초구를 전전웨이가 그대로 잡아당겼고 이 타구는 오른쪽 펜스를 넘어가는 만루 홈런으로 연결됐다. 흔들린 고영표는 린리에게 2루타를 맞고, 전제셴에게 투런포까지 두들겨 맞았다. 순식간에 점수는 0-6으로 벌어졌고, 고영표는 린안고를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가까스로 2회를 마쳤다.
류 감독은 3회부터 마운드를 최지민(KIA)으로 교체했고, 최지민은 2.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흔들리는 마운드를 진정시켰다. 이후에도 곽도규(KIA·0.1이닝), 김서현(한화·1이닝), 유영찬(LG·1이닝), 조병현(SSG·1이닝)까지 대표팀의 가장 큰 강점인 불펜진을 총동원해 대만 타선을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그러나 경기 초반 내준 6점이 너무나 컸다. 4회 1사 2루에서 김도영(KIA)의 적시 2루타와 박동원(LG)의 중전 적시타로 2-6으로 따라붙었고, 7회엔 대타 나승엽(롯데)의 솔로포로 3-6까지 추격전을 개시했지만, 거기까지였다.
첫 경기에서 패하며 기세가 다소 수그러든 한국은 14일 19시(한국시간)에 쿠바를 상대로 대회 첫 승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