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을 앞두고 낙태약 구매가 급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낙태 반대를 주장해 온 트럼프가 취임 후 임신 중지권을 크게 제한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지난 1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미국 최대 낙태약 공급업체 ‘에이드 액세스(Aid Access)’는 대선 이후 하루 평균 최대 1만건의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대선 이전 하루 평균 주문량(600건)의 16배를 웃도는 수준이다.
특히 아직 임신하지 않은 여성들의 ‘미리 구매’ 수요가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원격의료로 낙태약을 처방하는 비영리단체 ‘저스트 더 필’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사흘간 들어온 125건의 주문 중 22건이 임신하지 않은 여성들의 요청이었다고 전했다. 해당 단체의 관계자인 줄리 아마온은 “낙태약에 대한 사전 비축을 요청하는 건 드문 일”이라고 WP에 말했다.
낙태약 정보 제공 사이트 ‘플랜 C’도 선거 이후 하루 방문자가 8만2200명으로 폭증했다. 이는 선거 전(4000명)보다 2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정관수술과 자궁내장치(IUD) 삽입 등 피임 시술 문의도 급증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트럼프 당선인이 취임하면 낙태권이 더욱 제한될 것이란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연방대법원은 2022년 6월 여성의 낙태권을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바 있다.
브리트니 폰테노 전국낙태연맹 회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구체적 정책 방향은 불확실하지만, 많은 여성들이 낙태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해 선제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트럼프 첫 임기 당시 보수 인사로 구성된 미연방 대법원은 2022년 6월 ‘돕스 대 잭슨 여성보건기구(Dobbs v.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 판결로 낙태 금지를 합헌으로 바꾼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