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기준, 학점서 역량으로 전환… 변화 직면한 상아탑

대학 대변동 - 산업화 시대에서 지식경제의 시대로/ 아서 러빈·스콧 반 펠트/ 박혜원 옮김/ 지식의날개/ 1만9800원

 

“신문사들은 뉴스 산업에 종사하고 있었지만, 스스로 ‘종이 신문’ 사업을 하고 있다고 오해했다. 그 결과 디지털 플랫폼에 소비자와 광고 수익 모두를 빼앗기고 말았다. … 오늘날의 대학도 이 문제를 고민해야 한다. 온라인과 디지털 학습이 발전하고, 비학위 프로그램이 확장되고, 비전통적인 기관이 고등교육 시장에 진입하고, 시간과 학점 기반 교육이 사라지고 있다. … 대학은 캠퍼스, 학위, 학점 사업이 아닌 교육 사업을 하는 곳임을 잊어선 안 된다.”(271쪽)

아서 러빈·스콧 반 펠트/ 박혜원 옮김/ 지식의날개/ 1만9800원

4년 또는 2년, 연간 2학기, 학기당 15주, 과목당 3학점, 학점당 50분 수업 …. 대부분의 대학이 채택하고 있는 획일화된 강의 운영 방식은 산업혁명 당시 만들어졌다. 산업화와 인구 증가로 고등교육 수요와 대학 설립이 폭발적으로 늘자, 1906년 미국의 카네기 재단은 강의 이수 시간을 기준으로 ‘카네기 유닛’이라는 단위를 만들어 대학 입학과 졸업의 공통 기준을 제시했다.

그러나 100년 넘게 이어 온 대학의 표준 모델이 지식경제 시대를 맞아 큰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정해진 시간에 강의실에 모여 앉아 100년 전과 별반 다르지 않은 커리큘럼을 무려 4년에 걸쳐 이수해야 하는 방식에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책은 고등교육의 모든 기준이 ‘강의 시간(학점)’에서 ‘학습 성과(역량)’로 전환될 것이라 말한다. 공급자 중심의 대학 모델이 크게 흔들린다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저자들은 이러한 변화의 당위성을 최근 대변동을 겪어 낸 또 다른 지식산업, 음악·영화·신문 산업을 통해 설명한다. 스포티파이, 넷플릭스, 페이스북에 잠식당한 음반사, 영화사, 신문사처럼, 고등교육도 결국 소비자가 주도해 당장 필요한 콘텐츠만 낱개로 취사선택하는 모델로 바뀔 것이라는 주장이다.

‘학위 수여’라는 권력을 지닌 대학들이 결코 호락호락하게 변화를 택하진 않을 테지만, 끝을 알 수 없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 인구 구조의 변화, 대학보다 영리한 거대 영리 기업들의 교육산업 진출, 그리고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팬데믹의 경험으로 대변동은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책은 대변동이 언제 어떻게 일어날지, 대학, 정부, 그리고 평생교육시대를 사는 우리가 어떻게 대비해야 할지 냉정하게 일러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