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넘게 아내에게 가정폭력을 일삼다가 결국 둔기를 휘둘러 살해한 70대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이정형)는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 된 A씨(71)에 대해 징역 14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4월29일 오후 9시쯤 서울 성동구 응봉동에 위치한 자택에서 아내 B씨를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부부싸움을 하던 중 일명 ‘빠루’로 불리는 쇠 지렛대로 아내의 머리 등을 여러 번 내리친 것으로 조사됐다.
당시 집에는 이들 외 함께 살던 다른 가족은 없었다. 경찰은 “때리고 부수는 소리가 들린다”는 이웃 주민의 신고를 접수해 현장에 출동했다. 그는 경찰관에게 “아내와 다툼했고 집을 나갔다”고 진술하며 현장을 빠져나가려고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다만 집안을 확인한 경찰이 거실에 쓰러진 피해자를 발견했다. 이에 도망치던 A씨를 뒤쫓아가 현장에서 체포할 수 있었다. 그는 구속 상태로 붙잡혔다가 지난 5월8일 검찰에 넘겨졌다.
조사 결과 A씨는 20년 넘게 아내를 폭행해온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평소에도 음주 문제로 아내의 갈등을 겪으며 사건 당일에도 같은 문제로 언쟁을 주고받았다. 이후 B씨가 자신을 112에 신고할 것처럼 행동하자 실제로 한 것으로 착각하고 격분해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심신 미약을 주장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전후로 기억하는 행동들을 비췄을 때 술에 취해 사물 감별에 미약한 상태로 보이지 않는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배우자를 잔혹한 방법으로 살해해 죄질이 좋지 않다”며 “범행 이후 피해자에 대해 아무런 보호조치를 하지 않은 채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자신의 안위만을 생각해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검찰이 청구한 보호관찰 명령에 대해서는 “피고인이 71세의 고령으로 장기간 징역으로 재범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해 기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