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그제 신설될 ‘정부효율부’ 장관에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를 지명했다. 바이오업계의 워런 버핏이라 불리는 공화당 대통령 후보 출신 비벡 라마스와미도 공동수장으로 내정됐다. 트럼프는 “이들이 정부 관료주의를 해체하고, 과도한 규제와 낭비성 지출을 줄여 연방기관들을 구조조정할 길을 열어줄 것”이라고 했다. 정부개혁의 전권을 민간 기업가에 맡기는 건 전례 없는 파격이다.
트럼프는 “우리 시대의 맨해튼프로젝트가 될 것”이라고 했다. 미국이 2차 세계대전 당시 인류 최초로 핵무기를 개발해 국제 안보지형을 바꿨던 맨해튼프로젝트처럼 국가대개조로 황금기를 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정부효율부 활동시한도 미 독립선언 250주년인 2026년 7월 4일로 정해 트럼프 2기 출범 후 1년 6개월 만에 끝낸다고 한다. 머스크는 즉각 파격적인 구상으로 화답했다. 그는 “연방기관이 428개나 되는데 99개면 충분하다”며 “연간 연방재정 지출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2조 달러를 삭감하겠다”고 했다. 머스크가 그동안 전기차와 항공우주사업에서 발휘한 탁월한 기술혁신과 경영능력에 비춰보면 이런 정부개혁이 공수표에 그칠 거 같지는 않다.
우리도 역대 정부마다 규제철폐와 정부개혁을 공언했지만 흐지부지됐다. 박근혜정부 시절 미국의 유명 벤처사업가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내정됐다가 이중 국적 논란에 자진해서 사퇴했고 그 후에도 유사한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그사이 정부는 갈수록 비대해지고 기업을 옥죄는 규제도 더 늘었다. 시민단체 좋은규제시민포럼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 5개월간 발의된 4503건의 법안 중 1345건(30%)이 규제법안이다. 21대 국회 개원 이후 5개월간 발의된 규제법안(629건)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이러니 잠재성장률이 추락하고 신산업 등 성장엔진도 식어가는 것 아닌가.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했던 정부·공공개혁 역시 말뿐이다. 대통령실 용산 이전을 결행하면서 효율적인 조직을 만들겠다고 했다. 하지만 임기 절반을 넘긴 지금 대통령실은 문재인정부와 비슷한 수준으로 비대해졌다. 정부조직 개편도 하세월이다. 윤 대통령이 없애겠다던 여성가족부는 ‘식물 부처’로 방치돼 있고 여야가 공감하는 인구전략기획부는 출범조차 못하고 있다. 이제라도 트럼프식 개혁을 타산지석 삼아 과감한 국정쇄신과 정부혁신에 나서야 한다. 관료사회에 기업가적 혁신을 불어넣기 위한 외부인사 영입도 검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