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에 나선 한국 야구대표팀은 시작부터 경우의 수를 따져야 할 처지가 됐다. 첫 경기부터 대만에 고개를 숙이면서다. 자칫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서 대표팀은 쿠바전을 준비했다. 쿠바는 일본프로야구(NPB)를 대표하는 좌완투수 로반 모이넬로(소프트뱅크 호크스)를 선발 마운드에 세우며 한국전 필승을 다짐했다. 하지만 대표팀에는 김도영(KIA)이 있었다.
대표팀은 14일 대만 타이페이 톈무구장에서 열린 프리미어12 B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쿠바를 8-4로 물리치고 대회 첫 승리를 거뒀다. 전날 경기에서 대만에 3-6으로 진 대표팀은 2011년 이후 프로선수들이 출전한 대회에서 대만에 5승4패로 추격당했고, 지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이후 다시 한번 국제대회 참사 위기에 몰렸다. 이날 승리로 대표팀은 1승1패를 거두게 됐다.
첫 패배를 안고 대회를 맞은 대표팀은 쿠바전을 잡지 못할 경우 다음 라운드 진출이 불투명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더군다나 쿠바는 에이스 모이넬로를 앞세웠다. 모이넬로는 올 시즌 NPB에서 11승5패를 거뒀고, 1.88 평균자책점으로 이부문 퍼시픽리그 1위에 올랐다. 대표팀은 곽빈(두산)으로 쿠바에 맞섰다. 모이넬로는 1회말 최고 시속 158㎞ 강속구를 던지며 명성에 걸맞는 투구를 선보였지만 김도영을 넘지 못했다. 이날 김도영은 4타수 3안타 2홈런 5타점 2득점으로 맹타를 휘둘렀다.
김도영의 활약은 멈추지 않았다. 김도영은 팀이 7-1으로 앞선 7회말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멕시코에서 뛰고 있는 파벨 에르난데스의 초구를 공략해 좌월 솔로 아치를 그리며 멀티홈런을 완성했다.
무난했던 승리를 따낼 것으로 보였던 대표팀은 8회 김택연(두산)이 아웃카운트 1개를 잡지 못한 채 홈런 2개를 얻어맞으며 8-4로 추격당했다. 이후 류중일 한국 야구대표팀 감독이 자랑하는 철벽 불펜은 추가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선발 곽빈은 쿠바 타선을 상대로 4이닝을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버텼다. 이어 마운드에 오른 소형준(KT)와 곽도규(KIA)는 나란히 1.2이닝과 0.1이닝을 무안타로 틀어막았다. 8회와 9회는 정해영(KIA)과 박영현(KT)이 지켜냈다.
대표팀은 15일 일본을 상대로 3차전을 치른다. 일본 리그가 자랑하는 에이스 모이넬로 공략에 성공한 대표팀은 자신감을 갖고 숙명의 라이벌을 만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