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격거리 규제 지자체 129곳…갈 곳 잃은 태양광 시설 [통계로 보는 행정]

태양광 발전시설 이격거리를 제한하는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점점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음, 환경·경제적 문제에 따른 지역주민들의 반발이 그 원인이다. 기후위기에 대응해 신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수적인 만큼 이격거리 규제 제한과 지자체별 일원화, 주민 설득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태양광 발전 설비 모습. 연합뉴스

16일 한국행정연구원의 ‘태양광 발전시설 이격거리 규제의 주요 쟁점 및 규제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기초지자체 129곳이 주거지역, 도로 등으로부터 일정거리 이내 태양광 설비를 설치할 수 없게 하는 이격거리 규제를 운영하고 있다. 2017년 87곳, 2019년 118곳, 2022년 129곳으로 점차 증가 추세에 있으며 충청도, 전라도, 제주도의 경우 모든 지자체가 이격거리 규제를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이 22곳으로 가장 많고 경북 21곳, 강원 17곳, 경남·충남 각 15곳, 전북 14곳으로 집계됐다. 

 

이격거리 범위는 100m에서 1000m로 지자체 간 편차가 컸다. 주택으로부터 이격거리는 300∼500m가 59곳으로 가장 많았고, 100∼300m가 57곳으로 뒤를 이었다. 평균 이격거리는 170m 수준이다.

 

문제는 이격거리 규제가 확대될수록 잠재적인 태양광 설비 입지면적이 감소한다는 점이다. 2020년 기후솔루션에 따르면 이격거리를 규제할 경우 태양광 설치가 가능한 면적을 분석한 결과 전남 함평군은 전체 면적의 11%, 경남 함양군은 26%, 경북 구미시는 7%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 2022년 넥스트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이격거리 규제 하에서 태양광 발전시설의 잠재적 설치 가능 용량은 규제가 없을 때보다 약 20%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1월 지자체별로 상이하게 운영 중인 태양광 이격거리 규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주거지역은 최대 100m 범위 내로, 도로지역의 경우 이격거리를 설정하지 않을 것을 권고했다. 다만 이는 법적 구속력이 없어 지자체가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 결국 지난해 기준 12개 지자체만이 조례 개정을 통해 규제를 일부 완화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남 창녕군, 경북 청도군 등 일부 지자체는 오히려 이격거리 규제를 더 강화했다.

사진=뉴시스

연구진은 ”이격거리 설정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되, 예외적인 경우 최대 100m 이내의 이격거리를 설정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지자체마다 개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격거리 규제를 일원화해야 이해관계자들의 혼선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태양광 시설 설치 과정에서 시민 소통과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연구진은 ”태양광 발전은 밤에는 소음이 발생하지 않고 낮에 발생하는 소음도 냉장고(25㏈) 수준에 불과하다. 타 전기 설비에 비해 화재의 위험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한국 상황을 반영한 태양광 발전 시설 유해성 평가 연구 진행과 함께 주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주민들이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반대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소음, 저주파, 경관훼손이 꼽히나 근본적인 이유는 지역주민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은 채 외부 사업자가 수익을 얻기 때문”이라며 “지역주민이 직접 참여하는 ‘주민참여형’ 신재생에너지사업 모델 도입 등 주민수용성을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