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아시아태평양경제공동체(에이펙·APEC) 정상회의 리트리트(Retreat·의전 등 형식적인 면에 구애받지 않고 친밀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는 회의 방식) 세션에서 디지털 혁신을 통한 포용적 성장 비전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페루 수도 리마에서 열린 에이펙 정상회의 두번째 세션에서 “글로벌 복합위기 속에서 포용적 경제성장을 달성하기 위해 에이펙이 보다 큰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며 “특히 디지털 문맹과 격차 해소를 위한 공동의 노력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디지털 전환을 촉진하는 역내 노력을 주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인공지능(AI) 디지털 교과서’ 도입 등 한국의 교육혁신 사례를 소개하며 “AI 등 신기술을 효과적이고 안전하게 교육에 접목하는 방안을 회원국들과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청정에너지 전환도 강조됐다. 윤 대통령은 “한국이 수소경제 기술협력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개발, 원전 공급망 구축 등을 선도하겠다”며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를 통해 회원국들의 탄소중립 달성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APEC 청년들의 역량 강화를 위한 ‘미래번영기금’ 설립을 제안해 주목받았다. 이 기금은 APEC 역내 청년들의 창업과 경제활동, 교류 촉진에 사용될 예정이다.
한국은 내년 경북 경주에서 ‘우리가 만들어가는 지속가능한 내일’을 주제로 에이펙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윤 대통령은 리트리트 말미에 페루 전통 지휘봉인 '바라욕'을 건네받으며 의장국 수임을 공식화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바라욕은 잉카시대 지도자들이 물려받던 지휘봉으로, 권위와 정의, 지혜를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의장직 인수 후 내년 경주 APEC 정상회의 비전을 소개하고 각국 정상들의 참석을 당부했다.
전날 김 차장은 브리핑을 통해 “이번 리트리트에서는 취약계층의 비공식 경제활동을 공식·글로벌 경제로 전환하는 방안과 청정에너지 도입, 식량 손실 감축 등이 논의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