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루스 클링너 “韓, 방위비 재협상 땐 ‘조선업’ 지렛대 삼아야” [트럼프 2기 시대]

美 헤리티지 선임연구원

韓 기여로 美 이익 증대 강조 필요
대북문제, 러·우크라·중동에 밀려
‘러 뒷배’ 김정은도 아쉬울 것 없어

트럼프의 北 핵보유 묵인 우려엔
“유엔 결의 위반이자 미국법 위반”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한국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2기 행정부에서 방위비 분담 인상 요구가 있을 경우 조선업을 통해 인도태평양 전체에서 미국의 이익에 기여하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국이 이 지역에서 중국의 해군 확대를 경계하는 상황에서 조선업에서의 한국의 기여를 강조하는 방식으로 트럼프 당선인의 요구를 상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브루스 클링너 미국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이 13일(현지시간) 헤리티지재단 연구실에서 세계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홍주형 특파원

클링너 연구원은 워싱턴 헤리티지재단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가진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은 (이전의 미국 대통령들보다) 동맹에 대해 훨씬 더 거래적인 견해를 갖고 있으며 최근 한국의 방위비로 연간 100억달러를 언급한 것은 한국에 대한 그의 견해(동맹관)가 변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올해 체결된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 재협상을 요구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는 이어 윤석열 대통령과 트럼프 당선인의 첫 통화에서 조선업이 거론된 것과 관련 “매우 흥미롭다”며 “한국이 동맹 기여뿐 아니라 조선업을 통해 인도태평양 전체에서 미국의 이익에 기여하는 점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동맹 분담 재조정 요구가 있을 때 한국이 이를 협상의 지렛대로 삼을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포탄 등을 지원해온 것도 같은 차원에서 한국의 기여로 언급될 수 있다. 다만 클링너 연구원은 재협상 요구 시점과 관련 “현재로선 알 수 없다”며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과 동시에 한국과의 SMA 협상 재개가 최우선 과제는 아닐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한국 지부장을 역임한 그는 2007년부터 공화당계 싱크탱크인 헤리티지재단에서 한반도와 동아시아 관련 연구를 해왔다. 그는 ‘파격’으로 평가받은 트럼프 당선인의 이번 외교안보라인 인선과 관련해 “(주요 당국자와 관계없이) 우리가 트럼프 1기에 본 것은 트럼프 당선인이 결국 진정한 정책 결정자였으며 또한 (그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새로운 외교안보라인 인선이 완료됐다. 어떻게 봤는가.

 

“(주요 당국자와 관계없이) 우리가 트럼프 1기에 본 것은 트럼프 당선인이 결국 진정한 정책 결정자였으며 또한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다만 발표된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 중국에 대해 매우 매파적인 정책이 있을 것이라는데는 모두가 동의한다고 생각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를 재개할까.

 

“트럼프 당선인은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한다. 하지만 북한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중동, 중국, 대만 뒤로 순위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집중할 다른 문제들이 있다. 김 위원장도 미국과 다시 협상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러시아로부터 식량과 연료, 그리고 아마도 군사 기술을 지원 받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김 위원장은 (트럼프 당선인이) 연합훈련과 전략 자산 순환 배치를 취소한다면 기꺼이 (대화에) 다시 나설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2018년에 어떤 대가도 없이 두가지를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따라서 그렇게 하려고 할 가능성이 있으며, 북한은 이 경우 다시 대화에 나설 것이다.“

 

―그럴 경우 어떤 대화가 진행될까.

 

“김 위원장은 종전선언이나 평화협정의 아이디어를 들고나올 수 있다. 70년간 어떤 미국 대통령도 한반도의 전쟁상태를 끝내는 것을 달성하지 못했다는 등을 언급하면서 말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를 잠재적인 노벨 평화상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미국과 동맹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을 실제 줄이는 것은 아니면서 주한미군 감축의 정당성을 제공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대화 재개의 촉매제는 미국보다는 북한에서 나올 가능성이 높다.“

 

―비핵화 목표는 유지될까.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의 핵보유를 인정하는 군축 협상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트럼프 당선인 시대에) 미국이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버릴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가 북한의 비핵화 목표를 포기한다면 이는 북한 비핵화에 대한 11개의 유엔 결의안에 어긋나게 되며 그것은 곧 미국법에 대한 위반이 된다. 이는 미국이 수십년간 지켜온 비핵화 정책을 약화시킬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실제 문제에 들어가보면 양파를 까듯이 여러 어려움들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최근들어 미국에서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대한 공약이 줄어들지 않았나.

 

“오해가 있었다고 본다. 민주당 정강정책에 비핵화가 빠져서 캠페인 관계자가 나와 바이든 행정부와 미래의 해리스 행정부의 정책은 (북한) 비핵화라고 설명했다. 공화당 정강정책에서도 마찬가지로 비핵화가 언급되지 않은 것이 우려를 낳았지만 이번 공화당 정강정책은 매우 간결하게 만든 것이다. 한반도 문제를 무시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백악관 재입성이 한국의 자체 핵무장에도 진전을 가져올까. 

 

“(트럼프 당선인이 다시 취임하면) 자체 핵무장을 원하는 한국인들에게는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 될 것이다. 2016년 트럼프 당선인이 그런 암시를 한 적이 있다. 하지만 미국 행정부가 어떻게 생각하든 상관없이 (한국이 핵개발을 하려면) 여러 가지 자동 조치가 개입된다. 원자력 공급업체 그룹은 자체 규정에 따라 한국에 대한 모든 화석 물질 공급을 중단해야 한다. 한국은 핵물질 생성을 위해 민간 원자로를 사용할 수 있지만, 그렇게 될 경우 전력 생산량의 30%를 잃게 된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북한과의 대화가 재개되리라는 관측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면 북한은 러시아로부터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는 견해도 있다. 물론 파급력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얼마나 빨리 끝날지에는 회의론도 있다.”

 

―트럼프 당선인이 방위비 재협상을 요구할까.

 

“트럼프 당선인은 (이전의 미국 대통령들보다) 동맹에 대해 훨씬 더 거래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 최근 한국의 방위비로 연간 100억달러를 언급한 것은 한국에 대한 그의 견해(동맹관)가 변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100억달러는 어떻게 계산된 수치일까.

 

“트럼프 당선인이 1기에 요구한 50억달러조차도 주한미군 주둔비용보다 높은 수치다. 따라서 새로운 협정보다 더 많은 금액을 원하는 것 외엔 특별한 계산법이 있는 것 같진 않다. 1기 행정부 때는 트럼프 당선인이 지시한 50억달러를 맞추기 위해 (방위비분담협정에 포함되는 비용의) 카테고리를 늘리려고 노력해야 했다. 전략자산 전개 비용을 포함하는 등이다.”

 

―언제 재협상 요구가 있을까.

 

“현재로선 알 수 없다. 트럼프 당선인의 취임과 동시에 한국과의 SMA 협상 재개가 최우선 과제는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트럼프 1기 때 많은 미국인(전문가)들은 한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 이상을 국방비에 쓰고 있으며 여러 분쟁에서 확고하게 미국을 지지해왔다는 점, 한국이 캠프험프리스 건설 비용의 93%를 부담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2기에선 우리는 우크라이나에 포탄 50만발을 제공한 뒤 미국에 다시 50만 발을 제공한 한국이 군병력 뿐만 아니라 방위산업에 기여하는 점을 강조할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과 윤석열 대통령의 첫 통화에서 조선업이 거론됐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 나는 한국이 이른바 동맹 기여 뿐만 아니라 조선업을 통해 인도태평양 전체에서 미국의 이익에 기여하는 점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중국이 우리보다 훨씬 함정 건조를 많이 하고, 우리 해군이 침체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위협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말이다.”

 

―한미일 협력이 유지될까.

 

“그럴 수 있기를 바란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3국 협력의 우선순위가 높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그간 3국 사이에 협력의 제도화 노력이 있었다. 3국 협력은 북한 뿐만 아니라 중국의 위협에 맞선 더 광범위한 연합의 기초가 된다.

 

―핵협의그룹(NCG) 같은 조 바이든 행정부의 확장억제 장치가 유지될까.

 

“전반적으로 트럼프 당선인은 다자협정보다는 양자 협상을 좋아한다. NCG는 분명히 양자 관계이지만, 한국, 일본, 미국 간의 3국 관계에 계속 초점을 맞출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첫 임기 동안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 간 화해를 촉진하는 일에 손을 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