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출신 세계적인 공연예술가로 키 98㎝ ‘작은거인’ 키아라 베르사니가 첫 내한공연을 한다.
국내 첫 장애예술 공연장 ‘모두예술극장’은 29일부터 베르사니의 작품 3편을 선보인다고 18일 밝혔다.
골형성부전증으로 키가 98㎝인 베르사니는 2018년 이탈리아 문화예술계에서 권위 있는 ‘프레미오 우부’ 시상식에서 35세 이하 최고 공연자를 수상하고, 2020년 베니스 비엔날레 국제현대무용축제에 초청되는 등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공연예술가다.
그가 처음 한국 무대에 올리는 작품은 ‘젠틀 유니콘’, ‘덤불(Sottobosco)’, ‘애니멀(L’Animale)’이다. 직접 안무와 연출을 도맡고 출연한다.
29∼30일 공연되는 ‘젠틀 유니콘’은 유니콘이라는 존재를 통해 사회적으로 부여된 의미와 역할, 기대를 수행하는 정치적 신체로서의 몸을 드러낸다. 뿔 달린 황소와 말 등에 종교적, 문화적 상상이 덧붙여져 만들어진 유니콘은 이교도의 동물에서 교황의 상징까지 수 세기에 걸쳐 차용됐다. 하지만 베르사니는 “정작 유니콘의 발언권은 박탈당해왔다”며 장애인의 신체도 당사자의 발언을 배제한 채 종교적, 문화적으로 의미가 부여됐음에 주목하고 유니콘이 목소리를 되찾는 무대를 선보인다.
‘덤불’(12월4일)은 흔히 따뜻한 존재로 그려지는 자연(덤불)에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 놓인 상황을 가정하며, 장애와 자연의 관계를 묻는다. 베르사니가 어린 시절에 장애로 움직이지 못하고 한곳에 오래 머물러야 했던 기억을 떠올리며, 숲에서 장애 아동들이 길을 잃으면 몸과 마음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탐구한 것이다.
‘애니멀’(12월6∼7일)은 위대한 걸작으로 꼽히는 미하일 포킨 안무의 솔로 발레 ‘빈사의 백조’를 재해석한 작품이다. 베르사니의 느리고 미세한 움직임과 동작은 우아한 백조의 모습과는 거리가 먼, 고통받는 동물의 부드럽고 꾸밈없는 모습을 드러낸다.
공연과 연계해 베르사니가 음악가, 무용수와 함께 장애인·비장애인을 대상으로 ‘관악기·움직임 워크숍(연수)’도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