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들 초교 체험하며 적응 준비… “불안감 날려요” [심층기획-속도 내는 ‘유보통합’]

<하> 초등학교 준비 돕는 이음교육

초교 입학은 설렘·두려움 함께 존재
누리과정·초등학교 교육과정 접목한
학습공동체 꾸려 통합교과 연계교육
전국 시범기관 2배로 늘어 1000여곳

학부모들 막막함 해소 등 긍정적 평가
초교교사 “아이들 향한 이해도 높아져”
1학년도 동생들과 만나며 의젓함 키워
유아 공교육 신뢰 쌓고 질적 향상 기대

‘어서 와! 초등학교는 처음이지?’

 

13일 충북 청주 한국교원대학교부설유치원 2층에 들어서자 복도 한쪽에 걸린 현수막이 눈에 띄었다. 현수막 아래에는 화이트보드와 작은 책상, 의자 6개가 놓여 있었다. ‘예비 초등학생’인 만 5세(한국나이 7세)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친숙해지도록 초등학교 교실과 비슷하게 꾸민 공간이었다. 한쪽엔 실제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도 놓여 있었다. 아이들은 쉬는 시간이나 놀이시간이면 이곳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낸다. 노영신 원장은 “아이들이 이곳에서 노는 것을 좋아해서 교과서를 보거나 자기들끼리 선생님 놀이를 한다”며 웃었다.

 

한국교원대부설유치원은 지난해부터 교육부의 유치원·초등학교 연계 이음교육 연구학교로 지정돼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육을 잇는 다양한 신체·사회성·인지 발달 교육을 하고 있다. 만5세 아동들은 이런 교육들을 통해 자연스럽게 초등학생이 될 준비를 한다.

한국교원대부설유치원 만5세반 어린이들이 2024년 9월 한국교원대부설월곡초를 찾아 1학년들과 함께 수업을 하고 있다. 한국교원대부설유치원 제공

◆이음교육으로 유·초 교육 연계

 

자녀가 유치원·어린이집에 다니는 학부모에게 초등학교는 미지의 공간이다. 아이의 입학은 설레는 동시에 낯설고 두려운 일이기도 하다. 이런 불안감 등을 해소해주는 것이 유·초 이음교육이다.

 

18일 교육부에 따르면 유·초 이음교육은 누리과정(3∼5세 교육과정)과 초등학교 교육과정의 연계성을 높이는 것이다. 유치원 교사들은 초등학교 교사들과 학습공동체를 꾸려 함께 교육과정을 설계하거나 놀이중심 언어교육, 1학년 통합교과 연계 교육, 학부모 교육 등의 활동을 통해 만 5세 아동들의 초등학교 입학 준비를 돕는다.

 

교육부는 2026년부터 모든 만 5세 재원 기관에서 이음교육이 진행되도록 한다는 목표로 이음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450여곳이었던 시범기관은 올해 1000여곳으로 늘었고, 내년에는 약 2000곳으로 확대된다.

 

한국교원대부설유치원은 지난해부터 한국교원대부설월곡초와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만 5세반 아이들은 학교에 가 1학년들과 같이 수업을 듣기도 하고, 1학년들이 유치원에 와 ‘학교에 가서 좋은 점’, ‘학교와 유치원의 다른 점’ 등 유치원생들이 궁금해하는 학교생활을 직접 소개해 주기도 한다.

만 5세반 이윤실 교사는 “아이들이 올해 총 6번 만났고, 그 외 화상통화나 편지 등으로도 소통한다”며 “유치원에서 편지로 ‘형님들, 요즘은 뭐 하고 놀아? 공부는 어렵지 않아?’ 등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면 답장이 온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이런 활동을 통해 학교가 낯선 공간이 아닌 친숙하고 즐거운 공간이란 경험을 하게 된다.

 

이음교육의 또 다른 대상은 학부모다. 유치원 학부모들은 올해 1학기엔 초등학교 1학년 학부모들과 만나 궁금한 점 등을 묻는 시간을 가졌고, 최근에는 초등학교 교사가 직접 초등학교 생활에 관해 설명해 주기도 했다. 자녀들의 학교 탐방에도 함께 갔다. 노 원장은 “이음교육은 특히 학부모 반응이 좋다”고 귀띔했다.

 

아이들 못지않게 초등학교 생활이 궁금했던 학부모들은 이음교육 활동을 통해 막막한 감정이 한층 해소됐다는 반응이다. 초등학교 방문 행사 등에 참여했던 한 학부모는 “초등학교 교실과 급식실 등 아이들이 지낼 곳을 보니 아이의 생활이 그려져 안심됐다”며 “첫 아이라 학습적인 면 등은 어느 정도 수준까지 준비해야 하는지, 내가 잘 몰라서 놓치고 있는 건 없는지 걱정됐는데 초등학교 선생님이 직접 설명해 주시니 학교에 대한 막연함, 두려움도 좀 사라졌다”고 말했다.

 

26년 차 유치원 교사인 이 교사에게도 이음교육은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는 계기가 됐다. 그는 “과거 만 5세반의 초등학교 연계 교육은 단발적인 행사에 참여하는 정도였는데 이음교육을 하면서 초등학교 교육과정에 대해 더 관심을 갖게 됐다”며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가서 쉽게 적응하려면 어떤 부분을 더 지원해 줘야 할까’ 같은 부분도 더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교사는 “기본 생활 습관, 신체 조절 능력, 공동체 의식, 문해력 향상 등 놀이를 통한 교육과정에 집중하고 있다”며 “유치원 졸업 전까지 초등학교로 자연스럽게 연계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활동들을 꾸준히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충북 청주 한국교원대부설유치원 한쪽 공간이 초등학교 교실처럼 꾸며져 있다. 청주=김유나 기자

◆ 초등학생·초등교사에게도 도움

 

만 5세와 초등학생이 함께하는 이음교육은 초등학교 1학년에게도 도움이 된다. 1학년 아이들은 친숙한 공간인 유치원에서 동생들과 만나며 긴장을 풀기도 하고, 더욱 의젓해진다는 설명이다.

 

초등학교 교사에겐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할 기회도 된다. 이음교육에 참여한 유치원과 초등학교 교사들은 이음교육을 계기로 소통하면서 그동안 서로의 교육과정 등에 대해 잘 몰랐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교원대부설유치원 교사들과 함께 이음교육을 진행하고 있는 정건영 한국교원대부설월곡초 교사는 “이음교육을 통해 유치원의 놀이중심 교육과정에 대해 더 자세히 알게 됐다”며 “1학년 아이들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고, 결과적으로 수업에도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현재 1학년인 정 교사의 반에는 지난해 이음교육을 통해 학교에 미리 와봤던 아이들도 있다. 정 교사는 “이음교육 활동을 했던 아이들은 초등학교에 상대적으로 익숙하다 보니 입학 후 심리적인 안정감이 크고 적응도 잘하는 편”이라며 “이음교육이 확실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유치원·어린이집을 통합하는 유보통합을 계기로 유아교육의 질을 한 단계 높이는 방안들을 추진 중인데, 이음교육 강화는 주요 과제 중 하나다. 최근 유아 대상 반일제 이상 영어학원 등이 어린이집·유치원의 대체기관으로 선택되는 상황에서 이음교육은 유아 공교육에 대한 신뢰의 기초를 쌓는 작업으로 꼽힌다. 초등학교 교육과정과 연계된 교육과정, 전인 발달 등은 학원에선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다.

 

만 3·5세 자녀가 있는 학부모는 “초등학교와 유치원은 완전히 달라서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지 궁금한 것이 많고 아이가 적응을 잘할 수 있을지도 걱정인데 유치원에서 초등학교 적응 준비를 잘해준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학원에선 흉내 낼 수 없는 교육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만 5세 유아의 전인 발달과 안정적인 초등학교 입학 적응 지원을 위해 이음교육이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기관, 지역사회 등과 지속해서 협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동기획 : 세계일보·교육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