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버스, 뉴욕보다 요금 싼데 적자 보전액 훨씬 적어”

교통학회, 재정지원 개선 토론

대당 1억 지원… 런던 등과 격차 커
“지원 줄이자는 주장 적절치 않아
英, 약자 요금 감면… 국가 나서야”

서울시가 적자 보전을 위해 시내버스에 지원하는 재정지원금이 뉴욕과 런던 등에 비해 크게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 환승 할인 등으로 지방자치단체와 버스 회사의 부담이 점차 커지는 만큼,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임삼진 한국환경조사평가원 원장은 대한교통학회가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한 ‘서울 시내버스의 재정지원제도 개선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2022년 서울 시내버스 1대당 재정지원금은 1억1000만원이라고 전했다. 이 같은 재정지원금은 영국 런던 1억7000만원, 미국 뉴욕 4억6000만원(MTA NYCT)·11억2000만원(MTA Bus Company)과 차이가 컸다. 민영회사였던 MTA Bus Company의 경우 요금을 낮추는 대신 뉴욕시로부터 많은 재정지원금을 받고 있다.



승객 1명 통행당 재정지원금 역시 서울은 672원인 반면 런던은 837원, 뉴욕은 5642원(MTA NYCT)·1만4640원(MTA Bus Company)이었다. 반면 시내버스 요금은 1회당 서울이 1500원으로 뉴욕 2.9달러(약 3756원), 런던 1.75파운드(약 2756원), 프랑스 파리 2.10유로(약 3113원), 일본 도쿄 210엔(1871원)보다 저렴한 것으로 나타났다.

임 원장은 “서울 시내버스는 런던, 뉴욕과 비교할 때 전체 운영비용 대비 가장 저렴한 요금과 가장 적은 재정지원금으로도 높은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종합적으로 볼 때 서울의 재정지원금은 적정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25개 글로벌 도시의 교통 시스템을 비교 분석한 맥킨지 컨설팅의 2021년 보고서에 따르면 ‘현 상황의 대중교통에 만족하는 주민의 비율’은 서울이 82%로 파리(70%), 도쿄(79%)보다 높았다. 싱가포르(91%), 홍콩(86%), 런던(84%)에 비해선 낮게 나타났다.

임 원장은 “서울 시내버스 재정지원금 감축이 마치 중요한 시대적 사명처럼 돼 있는 상황은 적정하지 않다”며 오히려 ‘서비스 강화’에 방점을 찍어야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의 양허통행 환급금 제도를 소개하며 정부 재정지원 필요성을 주장했다. 1985년 시작된 이 제도는 영국 정부가 고령자, 장애인, 학생, 청소년, 어린이, 직업훈련 교육자 등의 교통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이들의 요금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하는 것이다.

임 원장은 “다른 나라들과 달리 우리는 중앙정부의 시내버스 재정지원에 대한 명확한 지원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며 “이는 지자체의 재정 부담을 증가시키고, 위기 상황에서 신속한 대응을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만성적자의 원인으로 지목받는 도시철도 어르신 무임승차 제도는 품격과 배려가 담긴 영국의 양허통행제도의 철학과 발상법으로 대체돼야 한다”며 “버스에도 어르신 통행에 대한 교통복지 제도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기조연설을 맡은 김세호 전 국토교통부 차관도 “용인이나 의정부 경전철의 어이 없는 (세금) 낭비는 궤도교통에만 지원이 이뤄지는 잘못된 제도가 만든 비극”이라며 “지금부터라도 교통환경에너지세 재원이 버스와 관련된 투자에 사용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