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원장 추천제 폐지, ‘김명수 대법원’ 비정상의 정상화다

대법원 청사. 뉴스1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2019년 도입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사실상 5년 만에 폐지된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그제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적으로 여러 문제와 부작용이 지적되는 등 논란이 계속됐다”면서 새 보임 절차를 마련해 발표했다. 대법원은 법원별로 판사들이 추천해 투표하던 방식을 없애고 판사와 법원 공무원 등 모든 사법부 구성원에게서 전체 법원장 후보군을 추천받기로 했다. ‘추천’ 형식을 남겨뒀지만 ‘인기투표’라는 지적을 받은 제도를 없앤 것이어서 환영할 만한 일이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는 김 전 대법원장이 대법원장에게 권한이 집중된 법관 인사의 폐단을 극복하겠다면서 도입한 제도다. 법원장 후보를 해당 법원 판사들이 투표를 통해 복수로 추천하면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방식이다. 아무래도 일은 잘하나 엄격한 판사보다 인기가 많은 판사가 추천받을 공산이 클 수밖에 없다. 경력이 상당히 낮은 판사가 파격적으로 추천되는 사례마저 나타났다. 오죽했으면 김 대법원장이 추천을 따로 받지 않은 판사를 법원장에 임명하면서 판사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일까지 벌어졌겠는가.



김 전 대법원장이 재임한 6년은 판사 경력 20년이 넘는 법관들에게 암흑기와 다름없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 전 대법원장은 법원의 관료화를 없애겠다면서 지방법원 부장판사 중에서 승진 발탁하던 고법 부장판사 제도를 없애 버렸다. 고법과 지법 판사 인사를 분리하는 이원화를 정착시키겠다면서 고법 부장들이 지방법원장으로 가는 길은 막았다. 열심히 일할 동기가 사라진 것이다. 법원장들은 자신을 뽑아준 후배들 눈치를 보느라 사건을 빠르게 처리하라고 지시도 제대로 못한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워라밸로 판사들 근무 여건이야 좋아졌을지 모르겠으나 재판이 늦어지면서 법률서비스 소비자인 국민 불편만 늘었다. 사기가 꺾여 법원을 떠난 유능한 법관을 대거 영입한 대형 로펌들만 웃었을 뿐이다.

김 전 대법원장은 2017년 9월 취임사에서 “31년5개월 동안 재판만 한 사람이 어떤 수준의 모습인지를 보여드리겠다”고 공언했다. 안타깝게도 그가 법원에 남긴 건 업적보다 폐해가 훨씬 크다. 그가 검찰의 사법농단 수사에 법원 문을 활짝 열어주면서 전현직 법관 14명이 재판에 넘겨졌으나 줄줄이 무죄가 나오고 있다. ‘김명수 대법원’에서 망가뜨린 비정상을 하루속히 바로잡아야 한다. 법원장 후보 추천제 폐지는 그 첫걸음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