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부동산 공시가 시세 변동만 반영… 현실화율, 2년 연속 동결

국토부, 2020년 수준 유지

文정부 로드맵 폐기 법안 아직 국회 계류
물가 상승·부채 증가 등 감안 수정안 마련
공동주택 69%·단독 53%·토지 65% 적용
집값 뛴 강남3구 보유세 20~30% 늘 듯

내년 부동산 공시가격 시세반영률(현실화율)이 올해와 같은 수준으로 동결된다. 3년 연속으로 2020년 당시 시세반영률 수준(공동주택 69%)을 적용하는 것으로, 내년 공시가격은 시세 변동만 반영해 산정된다. 윤석열정부는 전임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로드맵’ 폐지에 나섰으나, 관련 법 개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또 한 번 임시방편을 사용하게 됐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윤석열정부는 공시가격 정상화를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현실화 계획’이 수립되기 전인 2020년 수준으로 동결해왔으며 내년도 공시가격 역시 동일한 수준으로 동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18일 오후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주택과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국토교통부는 이번 수정 방안이 2025년도 공시가격을 인위적인 시세반영률 인상 없이 부동산 시세 변동만을 반영해 산정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내년 공시가 현실화율도 2020년 수준인 공동주택 69.0%, 단독주택 53.6%, 토지 65.5%를 적용하겠다는 뜻이다.

 

공시가격은 정부가 조사·평가해 공시하는 부동산 가격으로, 재산세,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보유세뿐 아니라 건강보험료 산정, 기초연금 등 67개 행정 제도의 기준으로 활용된다.

 

앞서 문재인정부는 실제 시세와 공시가격의 차이가 크다며 공시가격을 2030년(공동주택 기준)까지 단계적으로 시세의 90%로 끌어올리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현실화 로드맵 도입으로 집값이 오를 때는 집값 상승분에 현실화율 인상분까지 더해져 세 부담이 급격히 늘어나고, 집값이 내려가는 상황에서는 현실화율 인상분 때문에 공시가격은 오르는 역전 현상이 발생하자 윤석열정부는 로드맵 폐기를 추진해왔다. 이에 따라 2023년 공시가격부터는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려 산정해왔으며, 올해 9월에는 현실화 계획을 폐지하는 대신 매년 시장가격 변동률에 맞춰 공시가격이 조정되도록 산정방식을 개선한 ‘부동산 공시가격 산정체계 합리화 방안’을 발표했다.

 

다만 이를 위한 선행 조건인 ‘부동산 가격공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아직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서 정부는 또다시 2020년 수준의 공시가 현실화율을 유지하는 안을 사용하게 됐다.

 

국토부 관계자는 “물가 상승, 가계부채 증가 등 국민적 부담이 큰 상황에서 기존 현실화 계획이 규정하고 있는 높은 시세반영률이 그대로 적용될 경우, 부동산 가격의 변화가 없더라도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해 국민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인위적인 세 부담 증가는 없게 됐지만, 올해 집값 상승 폭이 컸던 서울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아파트의 경우 시세 변동에 맞춰 내년 공시가격과 보유세가 큰 폭으로 뛸 수 있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을 통해 세금 모의 계산을 해본 결과, 서울 주요 단지 보유세는 최대 30%대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 집값이 가파르게 상승한 지역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84㎡는 내년 보유세가 약 1331만1000원으로, 올해 납부 추정액보다 약 372만3000원(38.8%) 오를 것으로 추산됐다.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82㎡의 경우 올해 보유세 납부 추정액이 약 581만2000원인데, 내년은 728만5000원으로 147만3000원(25.3%)가량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최근 서울 주택시장이 변곡점에 놓이면서 연말까지 가격 변동에 따라 세 부담은 달라질 수 있다. 시세가 하락한 지방 중저가 아파트 단지의 경우 내년 보유세가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공시가격은 올해 말 시세를 반영해 내년 초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