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유죄 선고가 한동훈 대표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19일 한 여권 관계자는 공직선거법 1심 유죄 선고를 비롯한 이 대표 사법리스크로 정국이 출렁이자 이같이 평가했다. 한 대표가 야당의 악재에 따른 반사이익을 얻기보단 집권여당 대표로서 정치력을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서게 됐다는 것이다.
한 대표도 이를 의식한 듯 “오버하지 않고 변화와 쇄신하고 민생을 챙기겠다”(17일 페이스북)며 연일 절제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당 안팎에선 한 대표가 민주당 사법리스크를 여권 반등의 계기로 삼으려면 정부·여당의 쇄신을 추동하되 당 내홍을 봉합하고, 외연 확장을 꾀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나 당내에선 이 대표 1심 선고를 여권이 쇄신의 고삐를 더욱 죄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정대로라면 내년 5월로 예상되는 이 대표 대법원 선고 전에 정부·여당이 국민 불신을 선제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와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등의 폭로로 공천 개입 의혹이 짙어지는 상황에서 오는 28일 재표결이 예정된 김 여사 특검법이 부결될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김용태 의원은 이날 SBS 라디오에서 “야당에 이 대표 리스크가 있고, 여당은 김 여사 관련 리스크가 있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오히려 중도층의 벽만 높아질 것”이라며 “당론으로 특검을 반대했고, (그렇다면) 어떻게 이 리스크를 풀 수 있을지 해법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쇄신과 더불어 중도·무당층에 다가설 수 있는 민생·경제 정책 비전을 내놓는 것도 한 대표의 과제로 꼽힌다. 집권여당으로서 민생 문제를 해결하는 유능함을 보이며 투쟁 일변도인 야당과 차별화를 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대표 역시 이를 부쩍 신경 쓰는 모습이다. 한 대표는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을 찾아 정년 연장, 5인 미만 사업장 근로기준법 적용 등 노동 현안을 논의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과 관련해 여의도연구원이 주최하는 정책토론회에 참석해 핵연료 농축·재처리 기술을 확보하는 내용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이르면 이번 주 중 가칭 민생특별위원회를 출범하고 본격적인 현장 행보에도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한 대표가 정책 지향점을 대중들에게 명확하게 각인시키지 못하고 있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당 지도부 관계자는 “이 대표의 ‘먹사니즘’, ‘억강부약’과 같은 한동훈표 정책 슬로건과 브랜드를 고민하고 있다”고 전했다.
잊을 만하면 불거지는 친윤(친윤석열)계와의 갈등을 봉합하고 당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도 한 대표의 숙제다. 최근에는 한 대표 가족이 윤 대통령 부부 비방글을 쓴 것 아니냐는 ‘당원 게시판 논란’으로 내홍이 커지는 양상이다. 김기현, 권성동 의원 등 친윤계는 이날 당무 감사 착수를 촉구했지만, 한 대표는 “제가 더 크게 (답을) 드릴 만한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