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적으로는 ‘피부관리실’이라고 부르는 공간에서 의료용 마약류인 프로포폴을 무제한으로 불법 투약한 의원이 검찰에 적발됐다. 검찰은 이 의원에서 불과 7개월 동안 14억원 상당의 프로포폴을 불법 판매한 병원 관계자와 프로포폴을 투약받은 중독자 등 31명을 재판에 넘겼다. 해당 의원에는 프로포폴 중독자들을 관리하는 ‘상담실장’과 중독자들을 통제할 ‘폭력조직원’까지 상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마약범죄특별수사팀(팀장 김보성 부장검사)은 프로포폴과 에토미데이트를 프로포폴 중독자들에게 주사하는 방법으로 판매 및 투약한 의료기관을 적발해 의사 서모(64)씨 등 의료 관계자 6명을 마약류관리법·보건범죄단속특별조치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6월까지 7개월 만에 총 417회에 걸쳐 약 14억6000만원 상당의 프로포폴 등을 불법 판매하거나 투약한 혐의를 받는다. 이 의원에서 프로포폴 등을 투약한 중독자 24명도 마약류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중독자 1명은 구속기소됐다. 프로포폴은 수술용 전신마취에 사용하는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마약류로 관리된다. 에토미데이트는 속칭 ‘제2의 프로포폴’로 불리는 전신마취제다.
◆1시간 투약에 100만원…최대 10시간 넘게 투약
검찰에 따르면 이 의원은 또 다른 프로포폴 오·남용 의료기관 출신의 상담실장 장모(28)씨와 간호조무사 길모(40)씨, 이모(37)씨의 경험을 바탕으로 중독자들을 관리하고, 프로포폴을 투약했다. 장씨가 중독자들로부터 대금을 받고 결재액에 따라 투약량을 결정하면, 길씨와 이씨가 ‘피부관리실’이라고 부르는 공간에서 수면마취를 실시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은 의사인 서씨의 관리감독 없이 이뤄졌다.
이 의원은 중독자들로부터 약 100만원을 시간당 프로포폴 투약대금으로 받았는데, 프로포폴 20㎖(1%) 2개로 1시간을 투약할 경우 원가는 6000~8000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중독자들이 하루에 여러 병원에서 피부나 성형시술을 수회씩 받으며 프로포폴을 반복적으로 불법 투약했던 기존 범행 형태와 달리, 이 의원에서는 돈만 내면 무제한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 받을 수 있었다. 이 의원에서 1일 최대 결제된 프로포폴 대금은 1860만원, 최대 투약 시간은 10시간24분이다. 이 의원은 중독자의 요청에 따라 병원 문을 열고 심야 시간인 오후 11시30분~오전 4시49분에도 약 6시간20분 동안 프로포폴을 투약하기도 했다. 이들은 프로포폴 불법판매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프로포폴을 투약하지 않은 260명의 명의로 총 873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처방한 것처럼 마약류통합관리시스템에 허위보고한 혐의도 받는다.
◆총책이 의원 섭외…‘당진식구파’ 조폭 상주
이 의원이 운영된 배경에는 총책 윤모(47)씨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씨는 프로포폴을 전문적으로 불법 판매할 의원들을 섭외하고, 초기 자금을 의원에 조달했다. 이 의원의 개설자인 이모(73)씨는 윤씨에게 범행 장소로 이 의원을 제공했다. 이 의원에는 중독자들을 관리할 폭력조직 ‘당진식구파’ 조직원 김모(38)씨가 자금관리책으로 상주하고 있었다.
검찰은 지난 6월부터 약 4개월 간 식품의약품안전처와 공조해 프로포폴 불법유통을 집중수사해 이들을 검거했다. 검찰은 “수사 중 확인된 에토미데이트의 의존성 등을 토대로 마약류 지정을 적극 건의할 예정”이라며 “앞으로도 식약처와 공조해 의료용 마약류의 불법유통에 엄정 대처해 마약으로부터 국민 건강과 생활안전을 지켜내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서울중앙지검은 의료용 마약류 전문수사팀은 의료용 마약류의 종류별 오·남용 형태, 유통시장 특성, 수사사례 및 연구결과 등을 데이터베이스화 중이며, 대규모 증거분석용 인공지능(AI) 프로그램 도입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