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선수 제도를 운영하는 프로 스포츠에서 외국인 선수들은 매년 고용 불안에 시달려야 한다. 기량이 좋지 않아도 기다려줄 수 있는 토종 선수들과는 달리 외국인 선수들은 에이스 역할을 해줄 수 없으면 곧바로 퇴출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외국인 선수들이 달성할 수 있는 기록은 단일 시즌 신기록 정도다. 오랜 기간 뛸 수 없기 때문에 통산 누적 순위에서는 이름을 올리기 좀처럼 어렵다. 야구와 축구, 농구에서 역대 통산 누적 순위는 대부분 한국 선수들의 차지다.
그런 의미에서 남자 프로배구 역대 최고의 외인으로 꼽히는 레오(현대캐피탈)는 특별한 존재다. V리그에서 7시즌째 뛰며 통산 누적 순위를 점령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1990년생으로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레오는 20대 초반이었던 2012~2013시즌에 삼성화재 소속으로 V리그에 입성했다. 206cm의 신장에도 70kg 중반대의 깡마른 몸으로 의구심을 자아냈던 레오는 ‘명장’ 신치용 감독의 조련 아래 탄탄한 근육질 몸매를 만들어냈고, 2012~2013시즌부터 2014~2015시즌까지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를 3연패하며 V리그 코트를 지배했다.
V리그에서 세 시즌을 뛴 뒤 튀르키예, 중국, UAE 등에서 뛰던 레오는 2021~2022시즌에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 참가하며 다시 V리그 무대를 노크했다. 2023~2024시즌까지 세 시즌간 OK저축은행에서 뛰면서 한층 노련해진 기량으로 여전히 최고임을 입증한 레오는 올 시즌엔 현대캐피탈로 팀을 옮겼다.
삼성화재와 OK저축은행에서 매 시즌 팀 공격의 절반 가끼이를 책임지면서 득점 기록을 차곡차곡 쌓은 레오는 어느덧 통산 누적 순위에서도 최상단에 위치해있다. 지난 19일 대전 삼성화재전에서 드디어 통산 후위 공격득점 부문에서 박철우(KBSN스포츠 해설위원)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통산 후위득점 2007점으로 박철우(2013점)과 6개 차이였던 레오는 삼성화재전에서 후위공격 6개 포함 18점을 몰아쳤다. 박철우와 공동 1위에 오른 레오는 23일 우리카드전에선 단독 1위로 올라설 예정이다. 역대 최고 외인 레오의 활약 속에 삼성화재에 3-0 완승을 거둔 현대캐피탈은 7승1패, 승점 20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다.
레오의 통산 누적 1위 사냥은 이제 시작이다. 통산 누적득점 6142점으로 1위 박철우(6623점)와 481점, 통산 누적 공격득점 5409점으로 1위 박철우(5603점)과 194점 차이다. 현대캐피탈은 허수봉, 전광인, 신펑(중국) 등 뛰어난 공격수가 여럿 있어 과거 레오가 뛰던 삼성화재, OK저축은행과 달리 레오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아도 되는 팀이라 레오의 기록 달성에는 다소 불리한 측면이 있다. 그래도 레오가 부상당하지 않고 일정을 모두 소화한다면 올 시즌 내에 통산 득점, 공격득점 부문에서도 역대 1위로 올라서는 게 확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