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어제 한국 정부와 2주간 진행한 연례협의 결과 보고서에서 올해 한국성장률 전망치를 2.5%에서 2.2%로 하향 조정했다. 내년 전망치도 2.2%에서 2.0%로 낮췄다. 얼마 전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성장률 전망치를 유사한 수준으로 내렸고 한국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내외 예측기관도 조만간 하향대열에 합류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다 우리 경제가 장기불황에 빠져 일본의 ‘잃어버린 20년’ 전철을 밟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성장률 하향은 내수침체가 장기화하고 있는 데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이후 보호무역주의 득세로 수출마저 위축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IMF 측도 “전망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고 하방 리스크가 더 큰 편”이라고 했다. 잠재성장률(2%) 수준의 성장도 위태롭다는 얘기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골드만삭스 등 글로벌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10월 말 기준 평균 2.0%로 한 달 전보다 0.1%포인트 낮아졌다. 이 중 5곳이 1%대 전망치를 내놨다.
발등의 불은 트럼프발 미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 충격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공약대로 관세인상에 빠르게 돌입할 경우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에 치명타를 가할 수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의 관세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수출은 150억∼191억달러 줄고 성장률은 0.5∼0.6%포인트 떨어진다. 전기차·배터리·반도체 등 보조금폐지까지 속전속결로 진행되면 국내 주력산업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정부가 비상한 각오로 민간과 함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총력대응 체제를 가동해야 할 때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트럼프 2기 출범에 대비해 수출품목·시장 다변화와 공급망 재편 등 정교한 종합대책을 미리 세워야 한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반도체지원법 폐지 또는 축소 등 주요 현안마다 기업피해와 경제충격을 최소화할 대비책도 필요하다. 근본 해법은 규제 혁파와 구조개혁으로 성장 잠재력을 키우고 경제체질도 강화하는 것이다. 정부는 IMF의 조언대로 고령화·저출산 대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좀비기업 정리와 주 52시간 예외, 임금체계 개편 등 노동시장 유연화도 서둘러야 한다. 거대 야당은 상법 개정처럼 기업을 옥죄는 규제법안 강행을 멈추고 초당적 자세로 민생과 경제살리기에 힘을 보태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