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에 이어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까지 준법투쟁(태업)에 돌입하면서 서울과 수도권 시민들의 열차 이용에 불편이 커지고 있다. 현재는 운행 시간을 준수하는 준법투쟁으로 사람이 몰리는 일부 역사와 시간대에 제한적 영향을 주고 있지만, 다음 달 6일 총파업이 시작되면 ‘출퇴근길 대란’이 벌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20일 서울교통공사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이날 전면 파업을 앞두고 준법투쟁에 돌입했다. 통상 출퇴근 시간 열차를 운행할 때 임의로 정차시간을 짧게 조정해 열차 순환을 원활하게 하는데, 이 기간에는 열차시간표를 엄격하게 지키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시간이 지날수록 실질적으로 열차 운행은 늦어지게 된다.
준법투쟁의 영향으로 실제 이날 서울지하철 곳곳에서 열차 지연이 발생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날 오후 6시30분 기준 운행된 수도권 전철 1750여대 중 300여대가 철도노조의 태업으로 20분 이상 지연됐다고 밝혔다. KTX와 일반열차는 정상운행됐다. 서울교통공사는 3호선 열차에서 일부 지연이 발생했다고 밝혔다.
평소보다 역사 플랫폼에 인파가 몰리면서 시민들은 피로감을 호소했다. 이날 1호선 부천역에서 명동역으로 출근한 회사원 장여진(30)씨는 “서울역에서 환승할 때 두 번이나 열차를 타지 못하면서, 출근 시간이 20분 이상 지체됐다”면서 “플랫폼에 사람이 가득 차 버스를 타러 나갈 수도 없었다”고 말했다. 5호선 화곡역에서 시청역으로 온 대학생 최모(22)씨는 “신길역에서 환승하는데 20분을 기다려도 지하철이 안 와서 플랫폼을 계속 바꿔가며 지하철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시청역 일대는 대규모 집회로 지상까지 교통이 마비됐다. 전농과 민주노총은 오후 3시부터 시청역∼숭례문 앞에서 ‘윤석열 정권 퇴진 2차 총궐기’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1만명(경찰 비공식 추산 6000여명)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정부의 쌀 가격 안정 노력과 쌀 수입 반대 등을 촉구하며 “윤석열은 내리고 쌀값은 올리자”고 외쳤다. 집회 이후 이들은 서울역을 거쳐 남영역까지 행진했다. 9일 열린 1차 총궐기 때와 달리 경찰과 참가자 간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두 노조의 준법투쟁이 겹치면서 지하철 이용객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철도노조는 앞서 이달 18일부터 준법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이날 4호선 서울역 플랫폼에선 “(철도노조) 태업으로 열차 운행이 지연될 수 있다”는 방송과 “서울교통공사 파업으로 열차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는 관제센터 직원의 안내가 번갈아 나오기도 했다.
코레일과 서울교통공사가 공동 운영하는 1·3·4호선은 한쪽 노조가 파업에 들어가면 다른 쪽이 대체할 임시 열차를 투입해 줬지만, 두 노조가 함께 준법투쟁에 돌입하면서 이것도 어려워졌다.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임금 삭감 해결 등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내달 6일부터, 철도노조는 다음달 초부터 총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