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업’ 비판에 ‘지록위마’로 받아치는 철도노조…“정당한 투쟁을 불법화”

전국철도노동조합, 최근 논평에서 “‘준법투쟁’은 평화적인 행위”
지난 21일 서울 중구 서울역에서 열린 전국철도노동조합의 12월 총파업 돌입 예고 기자회견에서 철도노조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시스

 

임금인상과 인력 충원 등을 요구하며 ‘준법투쟁(태업)’ 중인 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자신들을 겨냥한 비판에 사자성어 ‘지록위마(指鹿爲馬)’를 끌어와 이치에 맞지 않는 논리라고 반박하고 있다.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의미인 ‘지록위마’는 ‘모순된 것을 끝까지 우겨 남을 속이려 하는 행위’를 표현하기도 하는데, 정치권에서도 이따금 언급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해 여권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에서 ALPS(다핵종제거설비) 처리를 거쳐 방류하는 오염수를 ‘오염 처리수’로 바꿔 부르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을 두고 “‘지록위마’ 한다고 해서 오염수에 들어있는 오염물질, 방사성 물질이 없어지기라도 하느냐”고 날을 세운 바 있다.

 

철도노조는 최근 논평에서 “파업을 앞두고 쟁의행위 과정으로 해왔던 준법투쟁이 이 정도의 관심을 불러올지 몰랐다”며, “태업은 고의나 의도적으로 작업을 게을리한다는 부정적 의미이고 ‘시설물 파괴’ 개념까지 더해 노동자의 정당한 투쟁을 불법화하려는 요소가 강하다”고 지적했다.

 

노조는 “‘준법투쟁’은 법이 정한 범위 안에서 평화적으로 이뤄지는 행위”라며 “철도노조의 ‘안전 일터 지키기’는 작업 매뉴얼에 따라 안전하게 일하는 것으로 범위를 작업 매뉴얼로 한정해 준법투쟁보다 더 낮은 단계의 쟁의행위라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위험천만한 작업장에서 뛰지 않거나 생리현상으로 화장실을 이용하는 등의 행위를 ‘태업’으로 규정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노조는 “철도공사는 정당한 쟁의행위를 ‘태업’이라 깎아내리기 전에 부조리하거나 불합리한 부분을 정상화해야 한다”며 “근본 문제 해결로 작업 매뉴얼 정착을 위한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열차정시 운행이라는 명분에 묶여 작업 매뉴얼을 벗어난 노동이 없도록 철도공사가 함께해달라”고 했다.

 

노조는 지난 21일 서울역 앞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한국철도공사(코레일)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다음달 5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들은 회견문에서 “12월 총파업은 불가피한 선택”이라며 “시민의 안전과 열차의 안전, 정당한 노동을 인정받기 위한 철도노동자의 투쟁은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기본급 2.5% 인상, 노사 합의에 따른 타 공공기관과 동일한 기준의 성과급 지급, 외주화·인력감축 중단, 안전 인력 충원, 4조2교대 승인, 운전실 감시카메라 시행 중단 등을 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