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 망하게 해줄게”…치킨집서 맥주 쏟은 ‘갑질’ 공무원의 최후

치킨집 ‘갑질’ 논란 공무원 檢 송치

“감정노동자 보호법 실효성 의문”

대구 중부경찰서는 치킨집에서 맥주를 바닥에 쏟고 폭언을 일삼는 등 협박 혐의로 논란을 빚은 대구 중구청 소속 40대 공무원 A씨를 검찰에 송치했다고 2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6월, 구청 동료 3명과 함께 대구 중구의 한 치킨집을 방문했다. 당시 A씨는 술을 바닥에 일부러 쏟으며 업주에게 폭언을 퍼부었고, "나 여기 구청 직원인데 동네 모르는 사람 없다", "망하게 해주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업주의 남편이 자영업자 커뮤니티에 사건을 공개하면서 논란은 급격히 확산했다. 이에 중구청장은 공식 사과문을 발표하며 유감을 표명했다.

 

중구청은 자체 감사를 통해 A씨 등 관련자 2명을 경찰에 고발했고, 경찰 조사 결과 A씨가 협박성 발언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A씨는 발언 내용을 일부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치킨집은 사건 이후 심각한 이미지 훼손과 매출 악화로 결국 폐업에 이르렀다. 업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소상공인으로서 생계를 이어가기 힘들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중구청은 경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A씨의 징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징계 수위에 따라 공직사회 내 윤리 의식과 책임감에 대한 논의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감정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제도적 장치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다시금 제기했다.

 

2018년 시행된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고객 응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괴롭힘을 방지하기 위해 기업에 매뉴얼 마련을 의무화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보호는 여전히 미흡한 상태다.

 

기사 특정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실제 직장갑질119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감정노동자 10명 중 6명 이상이 괴롭힘을 당한 경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참거나 모르는 척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기업의 형식적 대응과 노동부의 미온적인 관리·감독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직장갑질119 관계자는 "감정노동자 보호법이 존재하더라도 위반 시 제재 규정이 없어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라며 "노동부의 강력한 관리·감독과 실질적인 제재 규정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건은 공무원의 비윤리적 행동뿐 아니라 감정노동자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웠다.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 보완과 노동자의 권리 보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