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갱단 폭력사태를 수습 중인 아이티 과도위원회를 “멍청이들”이라고 비난한 영상이 공유되면서 아이티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21일(현지시간) 아이티 외무부가 이날 앙투안 미숑 아이티 주재 프랑스 대사를 초치했다고 보도했다.
대사 초치는 전날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브라질에 있었던 마크롱 대통령이 아이티 정치 상황을 비난한 발언이 공개된 직후에 이뤄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마이크가 켜진 줄 모르고 해당 발언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발언은 프랑스의 옛 식민지였던 아이티에서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공개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영상에서 마크롱 대통령은 대화 상대방에게 아이티 과도위가 개리 코닐 총리 축출을 결정한 것은 “완전히 어리석은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코닐 총리를 위대한 지도자로 칭송하면서 “솔직히 아이티를 죽인 것은 마약 밀매를 묵인한 아이티인”이라고 말했다. 이어 코닐 총리를 쫓아내서는 안 됐다면서 “그들은 완전히 멍청하다”고 말했다.
아이티 외무부는 프랑스 대사를 초치하면서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비우호적이고 부적절했다”고 항의했다. 이에 미숑 대사는 안보 회복과 선거를 돕기 위해 아이티의 편에 서겠다고 약속했다고 외무부는 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논란의 의식한 듯 이날 방문한 칠레에서 프랑스는 결코 위기를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아이티나 베네수엘라 등 그 어느 나라에도 이중잣대를 적용하지 않을 것이라 강조했다.
앞서 대선 준비 등을 위해 출범한 아이티 과도위는 이달 초 행정부 공백 사태를 메우기 위해 활동하던 코닐 임시 총리를 취임 5개월여 만에 해임하고 기업가이자 상공회의소 회장을 지낸 디디에 피세메를 새 총리로 임명했다.
아이티 과도위는 살인·약탈·성폭행·납치·방화 등 갱단의 무법자 같은 활동에 노출된 국가의 위기 수습을 위해 지난 4월 출범했다. 과도위는 2년 안에 대통령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법적·행정적 준비를 하는 한편 총리와 함께 정치적 위기 완화를 위한 역할을 맡고 있었지만, 일부 과도위원이 코닐 전 총리 측과 내분 상태였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서반구 최빈국으로 꼽히는 아이티에서 주민들은 2021년 7월 조브넬 모이즈 대통령 피살 이후 무장 갱단의 무자비한 폭력 사태가 격화하면서 기본적인 생활조차 영위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외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