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으로 여자친구가 오피스텔에서 떨어져 숨지게 한 데 영향을 미친 혐의 등으로 1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받은 20대 남성이 항소심에서 감형받았다.
22일 부산지법 형사항소 3-3부는 스토킹 처벌법 위반, 특수협박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성 A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3년2개월을 선고했다. 이와 함께 40시간의 스토킹 치료 프로그램 이수도 명령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의하면 A씨는 지난해 여자친구가 이별을 통보하자 집을 찾아가 17시간 문을 두드리거나 “죽겠다”고 협박하면서 유서를 사진으로 찍어 전송하는 등 스토킹 범행을 저질렀다.
여자친구가 보는 앞에서 의자를 집어 던지는 등 신체적 위협과 공포심을 느끼게 만들기도 했다. 지난 1월7일 새벽에는 다른 남성을 만나는 여자친구에게 앙심을 품고, 여자친구 집에 찾아가 말다툼을 벌였다. 그러던 중 여자친구가 창문으로 뛰어내려 숨졌다. 당시 A씨는 유일한 목격자이자 119 신고자였다.
앞서 검찰은 A씨에게 징역 10년을 구형했으나, 1심은 특수협박과 퇴거불응,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를 모두 포함한 권고형의 최대인 징역 3년9개월보다 낮은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먼저 1심이 현행 양형 기준에 따른 권고형의 범위에서 형을 정한 것은 문제가 없다고 봤다. A씨의 행동과 여자친구의 죽음 사이에 명확한 관련성이 확인되지 않은 만큼 이 부분을 양형에 반영하지 않은 판단이 적절하다고 본 것이다.
그러면서 “A씨와 여자친구 간의 만남과 결별이 반복되면서 다툼 수위가 높아져 죽음을 언급하는 등의 극단적 행동으로 발전했다. 피해자 집 앞에서 17시간 문을 두드리고, 초인종을 누르는 범행은 죄질이 매우 불량하고 여자친구를 정신적으로 상당히 힘들게 했다”고 판시하며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어 “유족과 지인들은 범행을 막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고통받으며 엄벌을 탄원하고 있어 A씨는 죄책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피해자 사망에 대해 A에게 형사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는 별개 수사로 처리되어야 하고 판결에 그 책임을 더할 경우 헌법이 정한 이중 처벌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며 “피고인이 피해자 유족에게 지속해 반성 의사를 표시하고 공탁금을 내는 등 피해 회복 노력을 전혀 반영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감형 이유를 밝혔다.
이날 선고가 끝난 뒤 A씨가 뒤돌아 고개를 숙이자, 피해자의 유족과 지인들은 “진짜 미안하긴 한 거냐”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유족은 사고 당일 A씨의 행위가 피해자의 사망과 직접적 인과관계가 있다고 보고 또 다른 교제 폭력의 발생과 안타까운 희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무거운 처벌이 내려져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