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던 의료계가 “1명도 모집해선 안 된다”는 입장으로 선회하며 투쟁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여·의·정 협의체에 대해서도 논의하지 않고 있어 정부와의 갈등은 봉합될 기미가 없는 모습이다.
박형욱 의협 비대위원장은 22일 서울 용산구 의협 회관에서 기자회견 열고 제1차 회의 결과를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선무당과 눈먼 무사가 벌이는 의료 농단에 강력히 저항하고 투쟁할 것”이라며 “시간이 가면서 (의대 증원)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전공의 및 의대생들과 함께 더 강경해져
그간 의료계는 증원 백지화를 주장하며 기존 의대 정원(3058명)만큼만 뽑자고 주장해왔다. 이날 의협 비대위는 아예 2025년 의대 모집을 중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3000명을 교육할 수 있는 환경에서 갑자기 6000명, 7500명의 의대생을 교육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정부가 이를 무시하면 의대 교육환경은 파탄으로 갈 것이며 그 후유증은 10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의료계 전 직역을 하나로 모아 정부의 의료 농단 저지를 위해 함께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강경파였던 임현택 전 의협 회장이 10일 탄핵당한 뒤 새 비대위가 의정 갈등에 돌파구를 마련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이날 브리핑에서 비대위는 전공의, 의대생들과 함께 더 강경해진 모습을 보였다.
수시 전형 합격자 발표를 3주가량 앞둔 시점에서 의대 모집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냐는 물음에 박 위원장은 “입학한 학생들을 정상적으로 교육할 수 있을 것인, 이 질문을 던진다”며 “불행하게도 윤석열 정부에서는 그런 질문을 던지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 사회가 입시만 중요하지 교육에는 진정한 관심이 없지 않나 생각한다”고 부연했다.
◆“알리바이용 대화는 무의미”
의협의 여·의·정 협의체 참여 가능성도 현재로선 낮다. 박 위원장은 “(1차 회의에서) 그 누구도 그런 의견을 말씀하신 분이 없다”며 “아예 논의 자체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지난해 의협과 복지부가 진행한 ‘의료현안협의체’에 참석한 경험을 들며 “의대 증원에 대해 논의한 사실이 없는데 복지부에서는 계속해서 의협과 협의했다고 했다”고 말했다. 이어 “협의도 하지 않고 협의했다는 외피만을 만들어내는 것은 상대방을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상대방을 농락하는 것”이라며 “그런 형태의 대화는 알리바이용으로 쓰이기 때문에 무의미하다는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여·의·정 협의체에 참여 중인 대한의학회와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에 대해서는 “무거운 짐을 벗고 협의체에서 나오는 것이 어떨지 싶다”고 했다. 박 위원장은 “두 단체에서 결정할 문제”라면서도 “협의체가 진행되는 모습을 보면서 저희는 ‘의미가 없을 것’,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