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산하 반부패 기구인 뇌물방지협약 이행그룹(WGB)이 한국을 방문해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의 문제점과 더불어민주당, 조국혁신당 등 야권이 추진 중인 ‘검찰청 폐지’ 법안, 검사 탄핵소추안 등의 영향을 검토했다.
22일 법무부에 따르면 WGB은 전날부터 이틀 간 핀란드∙루마니아∙일본 대표단으로 구성된 실사단을 국내에 파견해 한국의 부패 대응 역량에 대한 실사를 진행했다. WGB는 OECD 뇌물방지협약 회원국들의 협약 이행 상황을 점검하기 위한 기구다. 이번 실사단 파견은 WGB가 지난해 12월 이뤄진 4분기 회의에서 “검찰의 직접수사 범위를 축소한 개정 형사소송법·검찰청법 운영의 문제점과 현재 상황 등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의결함에 따라 이뤄졌다.
개정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은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를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 범죄와 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로 축소하고, 검사의 보완 수사를 제한하는 것을 뼈대로 한다. 다만 법무부는 개정법 시행 전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 시행령 개정을 통해 검찰의 수사권을 대부분 회복한 바 있다.
실사단은 이틀에 걸쳐 법무부와 대검찰청, 경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에 대한 실사를 진행하며 최근 이뤄진 일련의 법률 개정과 국회에서 논의 중인 ‘검찰청 폐지’ 법안 및 검사 탄핵소추안 등이 수사기관의 부패 수사 역량과 독립성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검토했다.
실사단은 수사기관들 외에도 학계, 법조계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면담을 진행하는 등 사회 전반의 폭넓은 입장을 청취하고, 급격한 제도 변화와 복잡한 부패 범죄 대응 시스템에 따른 국민 피해 등 문제점이 없는지 여부를 집중 점검했다. 이번 실사 결과는 WGB의 올해 4분기 회의에 보고되며 OECD는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내부 절차에 따라 의장 서한 발송, 고위급 실사 등 후속조치를 진행할 수 있다.
법무부는 “앞으로도 OECD 뇌물방지협약의 회원국으로서 협약의 준수와 이행을 통해 국가의 부패 수사 역량에 공백이 없도록 하고, 수사기관의 독립성을 제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WGB는 검수완박 법안 시행을 앞둔 2022년 7월에도 “(개정안은) 검찰의 국제 뇌물 범죄 수사 및 기소 역량에 심대한 지장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는 성명을 낸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