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사들은 왜 ‘롯데케미칼’에 주목했을까

국내 3대 신용평가사(한국기업평가·한국신용평가·나이스신용평가)가 롯데그룹 핵심계열사인 롯데케미칼과 관련한 리포트를 일제히 냈다. 롯데케미칼에 대한 기한이익상실(EOD) 이슈가 발생하면서다. 롯데그룹 유동성과 관련한 시장 내 불안한 시선이 나오는 가운데의 점검이다. 그룹의 적극적인 해명이 이어진데다 롯데케미칼 자체의 풍부한 자산등을 고려하면 이번 이슈가 당장 큰 문제로 번질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석유화학 업계 업황 불황의 지속, 이자부담이 장기간 계속될 수 있다는 예측등으로 장기간 관찰은 필수불가결하다. 

 

롯데케미칼 제공

2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21일 롯데케미칼은 발행시기가 미도래한 회사채에 대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했다고 공고했다. 롯데케미칼이 2013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발행했던 공모사채 중 14개 회사채에는 사채관리계약서 상 특약조건에 ‘3개년 누적 평균 에비타(EBITDA:법인세 등 차감 전 영업이익)/이자비용 5배 이상 유지’ 의무가 부과되어 있었는데 올해 3분기 기준 3개년 누적 평균 EBITDA/이자비용이 4.3배로 계산되면서 특약조건을 준수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기한이익상실이란 특정 상황시 채권자가 채무자에 빌려준 자금을 만기일 이전 조기회수 하는 것으로 이번 사태는 기한이익상실이 즉각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한기평은 보고서에서 “이번 사항은 기한의 이익 즉기 상실 사유가 아닌 ‘기한의 이익 상실 선언’에 의한 기한의 이익 상실”이라면서 “사채권자 및 사채관리회사가 사채권자집회의 결의에 따라 발행회사에 서면통지를 함으로써 기한의 이익 상실을 선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채권자들간 모임인 사채권자집회에서 기한이익상실 선언이 합의되어야 하는데 이는 사채권자 의결권의 3분의 2, 미상환잔액 중 3분의 1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롯데케미칼은 주요 사채권자인 연기금 및 증권사들과 면담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와 신용평가사 내에서는 이번 사태를 놓고 즉각적인 리스크 확산으로는 이어지지 않을 거승로 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현재 회사의 전체 사채 잔액은 2조3000억원으로 기한이익상실시 이를 조기상환해야 하는데 10월말 별도기준 롯데케미칼의 현금성 자산은 약 2조원이며 매각 가능한 장기투자자산 4000억원, 미소진 여신한도 1조9600억원 등을 추가활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보유 유동성 규모 등을 감안하면 대규모 조기상환 청구가 발생하더라도 자체 자금으로 대응 가능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롯데케미칼도 22일 공시를 통해 “종속회사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의 지분을 활용해 자금을 조달할 계획으로 현재까지는 구체적인 계약조건은 확정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더욱이 올해 초 롯데건설 등이 롯데케미칼의 보증을 받아 회사채를 발행했던 것을 감안할 때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조기 상환 이슈가 불궈질 경우 전체 그룹 리스크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룹이나 채권자 모두 쉽사리 ‘EOD’ 선언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롯데케미칼의 실적이 계속 부진될 것으로 예측되는 점은 이번 사태가 장기간 이슈가 될 수 있음을 암시한다. 한국기업평가는 “중국의 대규모 (석유화학 시설) 증설에 따른 공급과잉이 지속됨에 따라 롯데케미칼은 2022년 이후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수요 약세, 축적된 공급 부담 등을 감안하면 올해 4분기 이후에도 업황이 부진하여 유의미한 영업현금창출력 회복은 중기 이상의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고 지적했다. 한국기업평가는 그러면서 “특약조건에 ‘3개년 누적 평균 EBITDA/이자비용 5배 이상 유지’ 조항이 포함되어 있는 한 중단기 내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분기마다 반복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신용평가도 “롯데그룹은 화학부분 실적악화로 그룹 현금창출력이 저하되고 차입금이 증가하고 있다. 건설부분의 과중한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보증도 부담”이라면서 “그룹은 올해 들어 사업구조 재편을 공식화하고 그룹특성상 우수한 입지에 부동산도 다수 보유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사업재편이나 재무구조 개선방안 및 이행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그룹의 자구계획을 명확히 제시하고 적극적인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