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당국자가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를 부가할 경우 결국 미국의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미국과 대화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왕서우원(王受文) 중국 상무부 국제무역담판대표 겸 부부장(차관)은 22일 국무원 신문판공실 주최로 열린 ‘대외무역의 안정적 성장 촉진을 위한 정책 조치’ 범정부 기자회견에서 “역사가 이미 보여줬듯 한 국가가 중국에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이 국가 자체에 존재하는 무역 적자 문제를 결코 해결하지 못한다”며 “오히려 그것은 이 국가가 중국 및 다른 국가로부터 수입하는 제품의 가격을 높인다”고 미국을 겨냥해 말했다.
왕 부부장은 트럼프 1기 시절 미·중 무역전쟁 1라운드에 참전했던 베테랑 관료로, 트럼프 2기에서도 중국 측 협상단을 이끌 인물로 꼽힌다. 유창한 영어 실력으로도 유명한 그는 긴장감이 흐르던 양국 무역협상 진행 당시 “중국은 (미국의) 협박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언을 했다.
그는 “관세란 수입국 소비자와 최종 사용자가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소비자가 내는 가격의 상승을 유발하고, 사용자 비용이 올라가며 물가 인상이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상호존중·평화공존·협력호혜의 원칙에 따라 미국과 긍정적인 대화를 전개하고 협력 영역을 확장하며 이견을 관리해 양자 경제·무역 관계의 안정을 추동할 용의가 있다”며 "동시에 중국은 자기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단호히 수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기자회견은 전날 중국 정부가 공개한 ‘조치’를 설명하기 위해 마련됐다. 왕 부부장을 비롯해 외교부·공업정보화부·중국인민은행(중앙은행)·해관총서(관세청) 당국자들이 참석해 올해 5% 안팎의 경제성장률 목표 달성을 위한 무역 분야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지원 대책은 수출신용보험 보증 규모·범위 확대와 무역기업 대출 확대, 위안화 환율의 안정적 관리, 구리·알루미늄 등 재생 자원 수입 확대, 무비자 협정 확대 등이 골자다.
중국은 지난 8일부터 여행·비즈니스 등 목적의 한국 일반여권 소지자를 대상으로 일방적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고 있고, 일본을 대상으로도 조만간 비자 면제 조치를 복원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왕 부부장은 최근 영향력을 키우고 있는 전자상거래를 지원하기 위해 “전자상거래에 관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협상을 추진 중”이라며 “‘WTO 전자상거래 협정 협상이 조기에 끝나 더 많은 회원국과 국경 간 전자상거래를 발전시킬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