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2일 서울 강남구 한국기술센터에서 철강 업계 간담회를 열고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 정책이 한국 철강 산업에 미칠 영향과 대응 전략에 대해 점검했다.
이날 간담회에 이시우 포스코 사장,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 양영주 세아홀딩스 대표, 박성희 KG스틸 사장, 박상훈 동국씨엠 대표, 홍성만 넥스틸 사장, 손기영 TCC스틸 사장 등이 참석했다.
철강 산업은 지난 2018년부터 한·미 양국 합의로 쿼터제로 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은 미국으로 수출하는 철강재 54개 품목, 263만t에 대해서는 25% 관세 면제를 적용받고 있다.
이날 안 장관은 ”철강 산업은 2018년 쿼터제 도입이라는 큰 변화를 경험한 적이 있다 보니 미국 신정부의 정책 변화에 따른 업계의 고민이 클 것”이라며 “업계와 정부가 ‘원팀’이 되어 철저히 준비한다면 오히려 기회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산업부는 미국 신정부 정책이 한국 철강산업의 이익과 부합할 수 있도록 미국과 긴밀히 소통하고 협력할 것”이라며 “특히 한국 철강산업이 자동차, 조선 등 미국의 전방산업 성장에 기여하고 있음을 강조해 한·미 철강산업의 새로운 협력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안 장관은 “2018년처럼 미·중 무역 갈등이 재현될 경우 그에 따른 영향과 대응 방안도 논의해야 한다”며 “한국은 새로운 변곡점에 서 있으며 미국 신정부 출범 이후 위기가 될지, 기회가 될지는 우리가 얼마나 준비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했다.
철강 산업의 경우 판재류, 강관류 등 세부 품목별로 미국의 정책 변화가 미치는 영향이 다른 편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와 업계가 민관 협의체를 구축해 현지 동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는 한편, 시나리오별로 면밀한 대응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서강현 현대제철 사장은 이날 간담회에 앞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 현지에서는 (철강 수출) 쿼터를 줄이려는 시도도 있을 텐데, 쿼터를 잘 유지해달라고 (한국 정부에) 얘기할 생각”이라며 “현대차가 미국에 신공장까지 지어서 철강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 현지 투자를 어필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국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철강과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 움직임 이른바 ‘트럼프 리스크’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게다가 ‘엔저’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한 일본산 철강도 한국 업체들을 위협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지난 14일 노사협의회를 열어 연 100만t 규모의 포항2공장 가동을 중단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수요 부족으로 해당 공장의 가동률이 10%에 못 미치고 있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게 비용 절감 측면에서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현대제철의 3분기 영업이익은 515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77.4% 감소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과 철강재 수입량은 873만t으로 전년보다 29.2% 늘었고, 지난해 일본산 수입도 전년보다 3.1% 증가한 561만t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트럼프 재선으로 일본제철이 추진하는 US스틸 인수가 완료될 지도 철강업계의 큰 변수다. 일본 1위 제철기업은 일본제철은 ‘미 산업화’의 상징인 US스틸을 141억달러(약 18조4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현재 미 당국의 심사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