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선(乾癬)은 피부 여기저기에 비듬 같은 각질이 여러 겹으로 돋아나는 질환이다.
건선의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지만 타고난 면역체계 불균형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면역세포 중 일부가 비정상적으로 활성화하면서 여러 염증성 물질을 분비해 각질 세포가 증식하도록 자극한다는 것이다.
이외에 환경적인 영향과 함께 문신 같은 피부 외상, 감염, 차고 건조한 기후, 스트레스, 특정 약물 등도 건선을 악화하거나 유발하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대한건선학회에 따르면 건선은 우리나라에서 약 1∼2% 수준의 유병률을 가진 것으로 추정된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관심질병 통계상으로는 건선으로 병원 진료를 받은 환자가 연간(2023년 기준) 15만6801명에 달했다. 이 중에는 사회활동이 많은 20∼50대 환자가 67%(10만5763명)를 차지했다.
건선은 발진이 생긴 부위에 각질이 새하얗게 덮이다가 여러 발진이 합쳐지면서 병변이 커지는 경향을 보인다. 주로 팔꿈치, 무릎, 엉덩이, 두피에 경계가 명확한 붉은 반점이 먼저 생기고, 이후 은백색 비늘로 덮이는 게 일반적이다.
가려워 손으로 긁거나 옷을 벗을 때 비듬처럼 후드득 떨어지기도 하며, 요즘처럼 추워질 때 증상이 심해지는 경우가 많다. 노출되는 피부에 증상이 생기는 경우에는 환자들의 스트레스가 심하고 삶의 질도 크게 떨어진다.
실제로 한국건선협회가 최근 국내 건선환자 23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환자들이 겪는 증상은 각질(90%), 가려움증(65%), 피부발진(50%), 수포·부종(13%) 등으로 다양했다. 또 이런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는 팔·다리(75%), 몸통(66%), 두피(60%), 손·발(40%), 얼굴(25%) 등의 순으로 많았다.
환자들의 건선 정도는 경증 42%, 중등도(중간 단계) 18%, 중증 14%로 각각 조사됐다.
하지만 건선 환자들이 겪는 고통은 몸 곳곳에 생기는 증상 때문만은 아니다.
건선 환자의 71%는 주변의 시선이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고 답했다. 건선으로 인한 불안·우울감과 사회적 활동 제한을 호소한 환자도 각각 65%, 55%나 됐다.
건선협회 김성기 회장은 23일 "건선은 환자마다 형태나 병변의 심한 정도, 합병증의 유무와 발생 위험이 다르기 때문에 평생에 걸쳐 다양한 치료 옵션들이 사용되지만, 아직도 미충족 수요가 상당하다"면서 "치료를 포기하거나 보완·대체요법에 의지하는 환자가 30%에 달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건선은 시간이 지나면서 건선관절염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건선관절염은 건선 환자의 10∼30%에서 관찰되는데, 팔다리 말단의 관절에서 비대칭적인 통증과 결림 증상이 나타나거나 부어오르는 게 일반적이다.
건선은 면역학적 질환인 만큼 재발을 완전히 막기 어렵다. 따라서 지속적인 관리로 병변을 호전시키고 이를 오래 유지하는 게 치료 목표다.
치료법으로는 약을 바르는 국소치료, 광선을 쪼이는 광치료, 약을 먹는 전신치료, 여러 치료법을 섞은 복합 치료 등이 주로 쓰인다.
요즘은 치료 효과를 높인 생물학적 제제가 도입돼 환자들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건선학회도 최근 이에 발맞춰 건선의 새로운 중증도 기준과 치료 목표를 제시했다.
이 치료 기준은 건선 중증도 점수의 개수를 줄이는 대신 환자의 삶의 질에 큰 영향을 미치는 특수 부위(두피, 손톱, 손·발바닥, 생식기 등)의 건선을 중증도 판단에 포함한 게 핵심이다.
전문가들은 건선 악화를 예방하려면 평소 음주나 흡연을 삼가고 피부에 상처를 주거나 자극을 주는 행동을 피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문신을 하거나 너무 강하게 때를 미는 행위 등이 이에 속한다.
특히 목욕할 때 건선의 껍질을 손이나 때수건으로 억지로 벗겨내는 것은 절대로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