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역을 피하기 위해 일부러 살을 찌운 20대 남성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살이 찌도록 도운 남성의 지인도 방조죄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서울동부지법 형사단독11부(판사 서보민)는 지난 13일 병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26)씨에 대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병역법 위반 방조 혐의로 기소된 B(26)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A씨는 2017년 최초 병역판정검사에서 신체 등급 2급 판정을 받아 현역병 입영 대상이 됐다. 하지만 대학 입시, 자격증 시험, 출국 대기 등의 사유로 입영을 여러 차례 연기했다. 2022년 9월 재병역판정검사 대상이 된 A씨는 체질량지수(BMI) 35 이상일 경우, 신체등급 4급 판정을 받아 보충역 처분을 받는다는 사실을 이용해 인위적으로 체중을 늘리기로 마음 먹었다.
A씨는 친구 B씨가 짜준 식단표를 토대로 식사량을 2배로 늘리고 칼로리 소모량이 높은 아르바이트를 그만뒀다. 측정 직전에 물을 다량으로 섭취해 인위적으로 체중을 늘리기도 했다.
그 결과 2022년 12월 재병역판정검사에서 신장 168.9㎝, 체중 105.4㎏, BMI 36.9로 측정됐다. 이듬해 2월 1차 불시 재측정에서는 신장 168.6㎝, 체중 102.9㎏, BMI 36.1로 측정됐다. 4개월 뒤 2차 불시 재측정에서 신장 169㎝, 체중 102.3㎏, BMI 35.8로 측정돼 신체등급 4급을 최종 판정받았다.
B씨는 재판에서 A가 말만 하고 실천하지 않을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혐의를 부인했지만 재판부는 정신적 방조 행위에 해당한다며 유죄라고 판단했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 A는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병역 의무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고 피고인들이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했다”고 앙형 이유를 밝혔다.
한편 최근 12년간 병역면탈 범죄를 저질러 유죄 판결을 받은 10명 가운데 9명은 집행유예 또는 기소유예 처분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군대를 가지 않으려고 정신질환 위장, 학력 위조 등의 범죄를 저질렀음에 '솜방망이 처분'만 나와 병역면탈이 줄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임종득 국민의힘 의원이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지난 5월까지 병역면탈 행위자는 총 760명으로 집계됐다. 병역면탈로 적발된 인원 가운데 유죄는 506명(66.5%)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254명은 재판 또는 수사를 받고 있거나 무죄·혐의없음 등의 처분을 받았다.
병역법 제86조에는 ‘병역의무를 기피하거나 감면받을 목적으로 도망가거나 행방을 감춘 경우 또는 신체를 손상하거나 속임수를 쓴 사람은 1년 이상 5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87조에도 ‘병역판정검사, 재병역판정검사, 입영판정검사, 신체검사 또는 확인신체검사의 대리 검사를 받은 사람은 1년 이상 3년 이하의 징역형’을 규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