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의금 내고 바로 식사하러 가는 결혼식 풍경에 충격”…그리스 출신 조성암 대주교 “사랑과 소통 부재 현실 안타까워”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 선임…예수 그리스도가 보여준 희생하는 사랑 실천 강조
“탐욕과 이기주의라는 죄 내려놓고 기후 위기 해소 위해 노력해야”

“한국에는 가족 간 유대, 사람들 사이의 정, 챙겨주는 문화, 흥과 노래, 춤 등 아름다운 전통이 많은데 왜 미국 스타일을 따라가는지 정말 안타까워요.” 

 

그리스 출신으로 26년간 한국에서 사목활동을 해 온 조성암(64·암브로시오스 조그라포스) 대주교는 얼마 전 한 결혼식에 갔다가 하객들이 예식을 지켜보지 않고 축의금 낸 후 곧장 식사하러 가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함께 갔던 지인들이 ‘이게 코리안 스타일’이라고 하던데, 내가 한국에 부임했던 초기 결혼식 풍경은 그러지 않았다. 예전에는 결혼식장 가면 다 함께 인사를 나누고, 하객도 풍성했는데 지금은 형식적으로 의례를 치른다”며 사랑과 소통이 부재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최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회장으로 선임된 조 대주교는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한국정교회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에게 지금 부족하고, 반드시 있어야 하는 것은 바로 사랑”이라고 강조했다. 정교회(Orthodox Church)는 옛 동로마 제국의 국교로서 콘스탄티노플을 중심으로 발전한 기독교의 한 교파이다. 가톨릭과 함께 오래된 기독교 종파로 1054년 로마 중심의 서방 교회와 분리됐다. 1960년 그리스 아이기나섬에서 출생한 조 대주교는 1991년 사제 서품을 받고 1998년 아테네 신학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그해 12월부터 한국 정교회에서 사목활동을 시작했다. 2005년 12월 주교로 서품되고 2008년 5월 한국 대주교로 선출됐다.

 

조 대주교는 “그리스도 교회에서 ‘하나님은 사랑’이라고 가르치는데 이 사랑은 단순한 언어가 아니라 행동·실천을 의미한다”며 “특히 그리스도(예수)께서 십자가에 매달리며 몸소 보여줬듯이 그리스도인은 희생이 있는 실천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성암 대주교가 지난 22일 서울 마포구 한국정교회 성 니콜라스 대성당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그리스도교가 여러 분파로 나뉘어 경쟁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조금만 교파가 달라도 서로를 알지 못하는 실태도 아쉬워했다.  

 

“제가 ‘정교인’이라고 하면 ‘그리스도를 믿느냐’고 물어요. 그런 질문을 한다는 건 정교에 대해, 다른 교파에 대해 기본적으로 잘 모른다는 것이죠.”

 

조 대주교는 기후위기 심각성도 경고하고 한국 교회의 행동을 촉구했다.

 

“기후위기는 정말 거대하고 중대한 문제입니다. 안타깝게도 우리가 너무 늦게 깨달았어요. 우리는 지금 바로 그 재앙의 큰 파국 바로 직전에 서 있습니다.”

 

그는 “전 지구적 기후위기 속에 우리는 모두 탐욕과 이기주의라는 죄를 내려놓고 모든 피조물의 신음에 귀를 기울이고 회개하라는 시대적 요청 앞에 서 있다”며 “NCCK는 공동의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온 지구 생명 공동체를 돌보는 일에 앞장서고, 한국교회가 불편을 기꺼이 감수하며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도록 독려하고 기후정의 실현을 위해 행동하겠다”고 밝혔다. 

 

또 “기후위기로 인한 고통은 심한 양극화와 자본에 의한 불평등과 차별 속에서 가장 약하고 소외된 이들에게 더 가중되고 있다”며 “NCCK는 숱한 탄압과 박해 속에서도 가난한 자와 약자 소수의 편에 섰던 역사를 이어받아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이뤄지는 세상, 모든 생명이 존엄이 지켜지는 세상을 위해 불평등에 도전하는 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