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드라마는 내년에도 세계 시장에서 영토를 넓힐 수 있을까. 월트디즈니 컴퍼니 아시아 태평양 지역(APAC)이 20~21일 싱가포르에서 연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2024’는 이를 가늠할 수 있는 자리였다. 디즈니는 이 행사에서 내년에 공개할 주요 극장 개봉작과 드라마 시리즈를 소개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을 겨냥한 드라마의 경우 한국 콘텐츠가 집중적으로 조명받았다. 디즈니가 그간 한국 OTT 콘텐츠를 지원해 거둔 성과와 향후 기대치를 감안할 때 한국 콘텐츠의 질주는 내년에도 이어질 듯했다. 다만 범죄·스릴러·의학 드라마 등 기존 문법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아 기시감이 드는 내용물, 최근 한국 드라마 제작비가 올라 일각에서 울리는 비명에 가까운 경고음, ‘한국형 시즌제’의 성공모델을 아직 구축하지 못한 점 등은 불안 요인으로 보였다.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에는 아태 지역 12개국 언론인과 인플루언서 등 500여명이 초청됐다. 디즈니는 행사 첫날 오전 디즈니, 픽사, 마블, 루카스 필름 등 주요 스튜디오의 내년 작품을 일별했다. 이어 오후부터 이튿날까지 진행된 행사의 주인공은 단연 K드라마였다. 일본 콘텐츠가 일부 소개됐으나 대부분 시간은 디즈니플러스의 한국 드라마에 할애됐다. 디즈니플러스는 넷플릭스 등에 비해 OTT 시장에서 후발주자다. 선두주자를 따라잡기 위해 디즈니는 크게 두 개의 축을 추격 엔진으로 삼고 있는 듯했다. 하나는 디즈니의 본령인 애니메이션과 마블 히어로, 스타워즈 등 자사가 가진 강력한 지식재산권(IP)이다. 나머지 하나는 한국 콘텐츠였다.
영화 ‘범죄도시’, 드라마 ‘카지노’의 강윤성 감독은 ‘파인: 촌뜨기들’로 돌아온다. 1970년대를 배경으로 신안 앞바다에 묻힌 보물을 캐기 위한 삼촌과 조카의 고군분투기를 그렸다. 배우 류승룡, 양세종, 임수정이 함께한다. 이 작품은 ‘미생’의 윤태호 작가 웹툰이 원작이다. 강 감독은 “원작의 장점과 스토리의 힘을 최대한 가져오고, 대신 원작에 없는 사이사이 틈을 메우려 한다”고 밝혔다.
박은빈, 김수현 등 최근 드라마계 흥행 보증수표인 배우들도 내년 디즈니플러스에서 인사한다. 박은빈은 ‘하이퍼 나이프’에서 천재 신경외과의 세욱을 연기한다. 21일 디즈니가 공개한 갈무리 영상에서 박은빈은 그간 이미지와 달리 광기 어리고 비틀린 내면 연기를 선보였다. 배우 김수현은 ‘넉오프’로 디즈니플러스와 처음 인연을 맺는다. 드라마 배경은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로, 김수현은 평범한 회사원에서 세계적인 ‘짝퉁왕’이 되는 김성준을 연기한다.
배우 김혜수와 정성일은 탐사보도 피디들의 분투를 다룬 ‘트리거’에서 호흡을 맞췄다. 배우 현빈과 정우성은 ‘메이드 인 코리아’로 디즈니플러스 나들이를 한다. 평범한 남성이 억울하게 수감되고 복수를 꿈꾸는 ‘조각도시’도 시청자와 만난다. 배우 전지현과 강동원, 할리우드 스타 존 조가 출연하는 ‘북극성’도 예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