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의호모커뮤니쿠스] 건강한 소통의 낙제자 ‘천재 머스크’

천재가 틀림없는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의 존재감이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47대 대통령 당선 이후 상한가를 치고 있다. 머스크는 초접전이 이어진 선거 기간 내내 트럼프 측에 공식 기부금 1670억원을 포함해 2500억원의 선거자금을 쾌척했다. 유세에도 적극적인 찬조 연설자로 등장하여 두 손을 치켜들고 껑충껑충 뛰는 막춤을 추고, 청중을 뽑아 100만달러를 주는 로또도 연출하며 올인했다.

머스크는 내년 1월20일 트럼프 2기 내각의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지명되었다. 연방통신위원회(FCC)의 수장 지명자를 포함해 여러 인선과 논공행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트럼프 2기의 최고 실세로 등극했다.



머스크가 ‘호모 이코노미쿠스’로서 경제, ‘호모 테크니쿠스’로서 기술에 이어 ‘호모 폴리티쿠스’로서 정치 분야에서도 천재성을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건강한 공동체 형성과 발전에 도움을 주는 ‘호모 커뮤니쿠스’로서 자격은 낙제 수준으로 생각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KDF 미디어브리프’(2024년 10호)에 따르면 머스크는 지난 대선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소셜미디어 ‘엑스(X)’를 이용해 허위정보를 유포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올해 초부터 민주당이 지지층이 될 수 있는 불법 이민자를 수입하여 선거조작을 시도한다는 음모설을 배포했다.

트럼프가 카멀라 해리스 후보자와 토론 중에 주장한 “아이티 이민자들이 이웃의 애완동물을 먹는다”는 거짓말도 엑스에 공유하였다. 또한 구글과 같은 대기업이 민주당과 언론과 협력하여 대통령 선거를 조작하려고 한다는 음모론을 선거 당일까지 유포했다. 머스크가 설립한 인공지능 거대언어모델인 ‘그록(Grok)’에는 수많은 ‘딥페이크’ 게시물이 올려졌다(1억3700만의 조회 수를 기록).

영국의 유력지 가디언은 지난 13일 엑스를 극우 음모론, 인종주의와 같은 우려스러운 콘텐츠가 자주 발견되는 ‘유해 플랫폼’으로 규정하고 탈퇴하였다. 지난해 미국 공영방송 ‘NPR’과 ‘PBS’는 “우리 가치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엑스 계정 사용을 중단했었다. 지난 19일 24시간 뉴스보도방송 CNN은 직전 일주일 동안에 엑스의 라이벌 소셜미디어 플랫폼인 ‘블루스카이(Bluesky)’의 가입자가 600만명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13일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엑스는 스타십 시험비행에서 발사한 로켓 추진체를 발사대로 귀환시켰다. 백사장에서 특정 모래 한 알을 허공으로 날렸다가 제 자리로 돌려보내는 것과 같은 장관이었다. 바다와 육지로 귀환하는 고정관념을 깨는 천재적 발상의 전환이기도 했다. 이참에 그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엑스도 건강한 ‘정도 언론’의 발사대로 돌아왔으면 싶다. 허위·과장 정보, 가짜뉴스 대신 사실 정보, 진짜 뉴스를 세상에 쏘아 올렸으면 싶다.

 

김정기 한양대 명예교수·언론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