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왕(歌王)’의 보컬은 데뷔 56년 차에도 음 하나를 허투루 흘리지 않을 정도로 쩌렁쩌렁했다. 그의 밴드 위대한탄생의 육중한 사운드에도 조용필의 에너지는 관객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조용필은 지난 23일 서울 올림픽공원 KSPO돔(체조경기장)에서 열린 정규 20집 발매 기념 콘서트에서 녹슬지 않은 실력을 발휘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부터 ‘바운스(Bounce)’와 신보 타이틀곡 ‘그래도 돼’까지 록, 국악, 팝, 트로트 등 다채로운 장르를 오가며 시대 흐름과 발맞추며 걸어온 음악 외길을 압축한 30곡에 육박하는 노래를 흐트러짐 없는 라이브로 들려줬다.
초겨울 날씨에도 공연이 열린 KSPO돔 인근은 조용필을 보기 위해 일찌감치 몰려든 팬들로 북적였다. 중장년 여성뿐만이 아니라 남성 팬과 부모를 따라온 젊은 관객까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았다. 무대 뒤 일(一)자로 배치된 거대한 전광판과 그 중앙에 자리한 원형 구조물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거대한 눈동자로 변신했다. 음악과 무대를 향한 조용필의 불꽃 같은 집념을 떠올리게 했다.
조용필은 ‘추억 속의 재회’, ‘꿈’, ‘바운스(Bounce)’를 앙코르로 선보이며 공연을 마무리했다. 2시간 넘는 시간 동안 홀로 쉼 없이 소화하는 콘서트는 어지간한 젊은 후배 가수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기에 객석 곳곳에선 “역시 가왕”이라는 감탄이 터져 나왔다. 조용필은 아낌 없이 박수갈채를 보내는 관객을 향해 “내 나이 때 (이렇게) 할 수 있겠어요?”라고 장난스레 말을 건네며 미소지었다.
조용필이 공연 사운드는 물론 영상과 무대 효과까지 세심히 신경 쓰기로 정평이 난 만큼 이날 콘서트에서는 볼거리도 풍성했다. 무대 위 천장에서 내려오는 커다란 일자형 조명은 수시로 ‘ㅅ’자 혹은 ‘ㄱ’로 모양을 바꿔가며 눈부신 천연색 조명을 뿜어냈다. 여기에 위대한탄생의 노련한 연주가 더해지면서 장내는 마치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파티 같은 흥으로 가득 찼다. 조용필은 때로는 록스타처럼 직접 기타를 메고 김희선(기타), 이태윤(베이스) 등 위대한탄생 멤버들과 합주하는 퍼포먼스도 보여줬다.
공연장 앞에 마련된 조용필의 등신대에는 그와 ‘투샷’ 사진을 찍으려는 긴 줄이 생겨났다. 조용필 팬클럽 ‘이터널리’의 남상옥 회장은 “20집 타이틀곡 ‘그래도 돼’가 주는 위로가 너무 감동을 준다. 이 감동과 공감은 조용필 음악이 주는 기적”이라며 “기자회견에서 ‘이번 앨범이 마지막이지만 (음악을) 계속하고 싶다’는 오빠의 말에서는 음악을 향한 간절함이 느껴져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