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0대들에게 화장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자신을 표현하는 강력한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화장기 없는 맑은 얼굴이 더 예쁠 때”라는 설득은 이들의 대담하고 주체적인 화장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한다.
그러나 그에 따른 안전성에 대한 교육과 정보 제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들은 쉽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화장품이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건강한 자아 표현의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사회적인 노력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4일 천안녹색소비자연대가 여성 청소년 7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화장 경험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4.8%가 중학교 입학 후 처음 색조 화장을 시작했다고 답했다. 여기에 ‘초등학교 고학년’부터 화장을 시작했다는 31.6%를 더하면, 85% 이상의 학생이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 시절부터 화장을 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0대에게 인기 있는 아이돌의 화려한 모습은 이들의 화장 열풍을 더욱 부추긴다. ‘초통령’이라 불리는 이들의 스타일은 단순한 유행을 넘어 또래들에게 따라 하고 싶은 강렬한 욕구를 심어준다.
이들의 화장 입문은 주로 틴트나 립글로스에서 시작된다. 이후 피부 톤을 조정하는 톤업크림, 비비크림으로 확장되고, 더 나아가 아이라인, 아이섀도까지 도전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키워드는 ‘최대한 자연스럽게’다.
그러나 부모의 반대와 한정된 정보 접근성으로 인해, 아이들은 또래 집단이나 인터넷을 통해 주로 화장 정보를 얻는다. 특히 틱톡, 인스타그램과 같은 플랫폼에서 피부 관리법과 화장 팁을 공유하는 10대 크리에이터들이 주목받고 있다.
화장에 대한 관심에 비해 10대들의 소비는 제한적이다. 한 달 평균 화장품 구매 비용은 1만~2만 원 수준이지만, 응답자의 61.6%가 직접 화장품을 구매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소비 패턴은 ‘가성비’를 강조하는 다이소와 접근성이 높은 올리브영 같은 드러그스토어를 ‘뷰티 성지’로 만들었다.
다이소에서 판매되는 저렴한 뷰티 제품이나, 올리브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화장품을 활용한 ‘내돈내산’ 리뷰 콘텐츠도 큰 영향을 끼친다.
청소년의 화장 문화 확산에도 불구하고, 안전성에 대한 인식 부족은 여전히 큰 문제로 남아 있다. 여성 청소년의 71.5%는 “시중에 판매되는 제품이니 믿고 사용한다”고 답했다. 색조 화장품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으로 ‘색상’(52%)을 꼽은 반면, ‘성분’을 고려한다는 응답은 18%에 불과했다.
유해 성분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과 같은 도구를 알고 있어도, 각 성분이 피부에 미치는 영향을 제대로 이해하는 경우는 드물다.
이처럼 안전성 인식이 부족한 상황에서, 단순히 화장을 반대하기보다는 현실적인 교육이 중요하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10대를 대상으로 한 ‘어린이·청소년 화장품 안전 사용 교육’을 통해 올바른 사용법을 알리고 있다.
해당 교육 자료에는 ▲퍼프, 브러시 등 화장 도구 관리법 ▲친구와 화장품 공유 금지 ▲제품 성분 확인 및 부작용 대처법 ▲온라인 구매 시 주의 사항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아이들에게 안전한 화장 문화를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10대들의 화장은 더 이상 단순한 유행이 아닌, 자신을 표현하는 중요한 방식이 되었다"며 "안전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교육과 정보 제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들은 쉽게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화장을 시작한 아이들이라면, 자신에게 맞는 안전한 제품을 선택하고, 올바르게 사용하는 습관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화장품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건강한 자아 표현의 수단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