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에 따라 기부도 조금씩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사랑의열매는 2019년부터 시민들의 기부행동에서 나타나는 특징과 거기에 담긴 욕구, 기대가 무엇인지 등이 담긴 ‘기부트렌드’를 내놓고 있다.
책자로 처음 발행된 ‘기부트렌드 2024’는 “시민들은 다양한 동기를 가지고 기부에 참여한다”며 자신을 ‘좋은 사람’으로 보이게 하는 수단으로, 나를 드러내는 방법으로 기부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고 죄책감이나 막연한 의무감에서 비롯된 감정적 동기로 기부를 시작하는 사람도 있다고 적었다. 이어 “기부는 사람을 변화시킨다. 크고 작은 기부가 ‘선한 영향력’을 만들고, 어느 순간 ‘상생의 힘’을 체감하며 가치 있게 돈을 쓰는 시민으로 거듭나게 한다”며 “기부를 통해 ‘사회 속의 나’를 생각하는 사람으로 성장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공지능(AI) 열풍도 기부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전 세계 모금가들이 모여 지식과 경험, 기술을 공유하고, 모금의 방향성을 논하는 국제모금콘퍼런스(IFC)는 2023년 기술 부문 주제로 AI를 택했다. 해외에선 이미 AI를 활용해 비영리 기관에 재단이나 기업 등 사업에 맞는 기부처를 찾아주는 서비스가 운영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기부 참여율은 2015년 이후 하락세였지만 지난해 상승세로 전환됐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은 기부와 자원봉사에 큰 영향을 미쳤다.
사랑의열매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지난달 발행한 ‘2024 대한민국 나눔지수’에 따르면 2023년 기부 참여율은 23.7%로 2021년 대비 2.1%포인트 증가했다. 코로나19 이후 기부 참여율이 회복하고 있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
현금 기부인구 1인당 평균 기부금액은 2023년 58만6497원으로 2021년 58만2322원에서 4175원 늘었다. 인구 1인당 평균 기부금액으로 환산하면 2023년 12만9116원으로 2021년 11만8229원에서 1만887원 증가했다.
지난해 자원봉사 참여율은 10.6%로 2021년 대비 2.2%포인트 증가했다. 기부 참여율과 마찬가지로 코로나19 이후 자원봉사 참여율이 어느정도 회복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코로나19 이전 수준에는 도달하지 못하고 있다.
사랑의열매는 매해 각 지역의 개인 기부 및 자원봉사 참여율을 평균 100점, 표준편차 10의 숫자로 표현해, 둘의 합을 2로 나누어 도출하는 나눔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100점보다 높으면 해당 지역이 평균 이상의 기부를 하고 있다는 의미다.
지역별로 보면 2017년 이후 격년으로 4번 조사한 나눔지수가 모두 100점 이상인 곳은 세종, 제주, 울산, 강원 4곳이고, 4차례 조사 모두 100점 미만인 곳은 경기, 경북, 부산, 인천, 대구 5곳이다.
지난해 서울의 나눔지수는 100.8점으로 평균을 상회하며 2021년(97.7점)에 비해 소폭 늘었지만, 2017년(108.8점)과 2019년(104.8점) 점수를 회복하지는 못했다. 서울의 경우, 기부는 지난해 110.8점으로 우수한데 자원봉사는 90.7점으로 저조했다. 대도시의 바쁜 사람들이 시간을 나누기보다 금전적 나눔을 더 선호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랑의열매 측은 “젊은이들이 가장 많은 도시 서울이 역동적으로 자원봉사에 더 많은 시민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과 관련기관의 노력이 이어져야 한다”고 밝혔다.